[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경제는 이미 전환점을 맞이했다. 중국이 경제 성장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게 유지하고 싶다면 경제·정치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세계은행(WB)이 중국의 성장 둔화를 우려하며 지속 가능성이 없는 지금의 경제 성장 모델에 변화를 꾀할 것을 촉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27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중국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DRC)과 함께 '차이나 2030'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경제·정치 개혁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졸릭 총재는 "중국은 성장 가도에서 전환점을 맞았다"면서 "중국 지도자들도 알다시피 중국의 현재 경제성장 모델은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지향적인 시스템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면서 "중국은 올해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보고서 발표가 시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400여페이지 분량의 '차이나 2030' 보고서는 지난 30여년 동안 연 평균 10%의 성장을 해온 중국이 비록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수출과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해 지속가능성이 없는 성장 모델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적극적인 정치·경제 개혁을 이행할 경우 성장률이 2021년까지 5.9%, 2026년까지 5%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록 성장률이 많이 낮아진 것이지만 이것은 2030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 때 중국이 가지게 될 글로벌 경제 영향력은 1870년 영국, 1945년 미국이 가졌던 것과 비교할만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중국이 정치·경제 개혁 이행을 미룰 경우 경제가 위기 상황에 빠져들 수 있으며 심각한 사회 폭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경제 문제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태도, 사회 불평등, 환경오염, 약한 법의 힘 등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못할 경우 중국이 '중진국 덫'(Middle-income trap)'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국유기업의 개혁을 촉구했다. 국유기업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자산관리회사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유기업들은 배당을 늘릴 필요가 있으며 이를 재원으로 하는 새로운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가 '빚더미'에 앉은 지방정부 재정에 대한 감시·감독에 깊이 관여하고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증진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서방으로부터 불공정하다고 비판받아온 국가 보조금을 손질하라는 획기적인 권고도 포함했다.
정치와 관련해 보고서는 직접적으로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인들이 정치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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