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차, 사내 하도급 불법 판결"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대법원이 현대차 사내 하도급에 대해 불법이라고 확정 판결을 내림에 따라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유사한 소송이 줄을 잇게 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노동유연성이 크게 저하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조선·자동차·철강 기업들은 대부분 경기변화에 따른 노동유연성 확보 등을 이유로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채용해 왔다. 국내 기업의 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 근로자 수는 32만6000여명으로 전체 근로자 수의 25%에 육박한다.
산업별로는 조선·철강업종의 사내 하도급 근로자 비중이 각각 62.3%와 43.7%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 밖에 화학 28.8%, 기계·금속 19.7%, 자동차 16.3%, 전기·전자 14.1% 순이다.
이들 주요 기업은 이번 대법 확정 판결이 현재 계류 중인 사건은 물론 잠재적인 소송 사건으로 급격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의 경우 사내 하도급 근로자 1700여명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노사관계' 악화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다.
조선업계 노무 담당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사내 하도급 비중이 높은 일부 기업은 공장 가동 차질은 물론 노사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긴장하고 있다”며 “노조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 개인에 대한 판결”이라며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는 모습이다. 대한상의는 “일단 대법원 판결은 존중하지만 이번 판결이 현대차 모든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대상으로 확산되는 건 경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주요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고용비용 증가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기업경쟁력 약화다. 32만6000여명의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 등 학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원청업체가 직접 고용하는 경우 최대 5조4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하도급 근로자 비중의 높고 낮음을 불문하고 우려가 현실이 될 경우 기업 경쟁력에 치명적일 것”이라며 “이번 대법 판결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꼼꼼히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업계마다 하도급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의 영향이 전 산업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번 건의 경우 자동차 생산라인의 특수성이 크게 반영된 만큼 대법 판결을 모든 하청 근로자에게 일괄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자동차업계와 달리 같은 라인에서 하도급과 정규직 근로자가 함께 일하지 않는다”며 “원청과 하청의 작업이 구분돼 있고 공정도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달리 서로 다른 일을 하기 때문에 차별의 소지가 없다는 의미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협력업체 직원 비율은 높을지 몰라도 자동차업계처럼 같은 라인에서 일을 안 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과는 직접적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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