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문재인·안철수 이렇게 평가할줄이야···

[수원=이영규 기자]김문수 경기도지사(사진)가 야권의 유력한 대권 후보로 부상 중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고 실체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너무 정치적으로 계산하면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은 대권 도전을 위해 당장 도지사직을 그만 둘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김 지사는 2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최근 대권 후보들의 행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 고문은 아직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람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오는 4월 총선 결과가 중요하다"며 "정치에 들어와서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는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안 교수의 장점이었는데, 너무 정치적으로 계산하면서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며 "안철수연구소 주가를 올려서 매각한 지분으로 재단을 만든 것과 재단이사장에 정치적인 인물을 앉힌 것은 순수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자신의 대권 도전에 대해서는 "(이런 지지율로) 나갈 수 있겠는가. 차로 따지만 맨 뒷좌석에 앉아있는 셈"이라며 당장 대권 도전을 위해 도지사직 사퇴 등 극단의 선택을 하지는 않겠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그는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에서 총선과 대선을 위해 당 구하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당은 내가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걸음 물러선 뒤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그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최근 한국정치에 대해서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며 "그저 바람에 날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과 부정만 있을 뿐 정체성을 잃고 있다며 교과서부터 대한민국의 중심을 새로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광화문에 가면 조선시대 등 과거 인물과 역사만 있고 건국 이후의 대한민국의 역사는 없다"며 "한국의 지식인들이 국가와 기업 등을 부정하면서 정체성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물질적으로 풍요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물질적 성장에 걸맞은 정신적으로도 성숙한 국가가 되도록 이끄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반값 등록금' 등에 대해서는 '표(票)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자신의 정치적 노선에 대해서는 단순한 보수가 아니라 '극우이면서도 극좌'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정쩡한 중도'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차라리 극단적인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노숙자 문제 등 복지 분야는 적재적소에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예로 들었다.

북한 관계도 군사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응징하되 통일 준비를 위한 남북한 경제 격차 해소 등을 위해서는 과감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그는 스티브 잡스의 '배고프고 바보같이(stay hungry, stay foolish)'를 인용, 만족하지 않으면서 우직하게 한 길을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표(票)에 연연하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