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75엔→80엔, 日 기업 이익 3% 증가하고 GDP 0.16%p 상승 효과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최근 약세로 돌아선 엔화 가치가 일본 기업들의 축 처진 어깨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우존스 뉴스와이어가 닛케이225지수를 구성하는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들은 평균적으로 달러·엔 환율 77.80엔을 기준으로 잡고 오는 3월 말로 끝나는 2011 회계연도 실적을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자동차와 전자 등 일본 주요 수출기업들이 예상하는 4·4분기(1~3월) 환율 수준이 1달러 당 75~77엔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달러·엔 환율이 80엔대를 회복하면서 기업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다.엔화 가치가 77.80엔 아래에서 계속 머물 경우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금 환율 대로라면 일본 기업들의 1~3월 실적은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82~85엔선까지 내려갈 경우까지 기대하며 기업들이 이로 인해 수백억달러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수출 물량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도요타·혼다·닛산 같은 일본의 '빅3'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우 환율 변동에 영업이익이 민감하게 반응해 대표적인 엔화 가치 하락 수혜종목으로 꼽힌다. 도요타와 혼다는 달러·엔 환율을 78엔, 닛산은 79.9엔을 기준으로 2011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했었다.
WSJ은 달러·엔 환율이 1엔씩 움직일 때 마다다 이들 '빅3' 자동차 제조업체는 670억엔의 영업이익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영향을 받는다고 진단했다. 지난 14일 일본 중앙은행(BOJ)이 10조엔(약 1280억달러) 규모의 추가 유동성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면서 환율이 77엔대에서 80엔대로 뛰어오르는 바람에 자동차업체들은 1650억엔(약 20억달러)의 영업이익 추가로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캐논, 파나소닉, 히타치 같은 전자제품 제조회사들은 통상 환율이 1엔씩 변동할 때마다 영업이익이 139억엔 움직인다.
기우치 타카히데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가치가 75엔에서 80엔 수준으로 떨어지면 일본 기업들의 이익은 3% 늘어나고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0.16%p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엔화 가치가 하락한 데에는 외환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를 매수하는 쪽으로 전략이 변화한 영향이 컸다. 투자자들은 그리스 부채 위기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품고 엔화 대신 달러화를 사들이고 있다. 여기에 지난 14일 BOJ가 지속되는 엔화 강세와 경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양적완화' 카드를 제시한 것도 고공 비행하던 엔화 가치를 한풀 꺾이게 하는 전환점이 됐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80엔선에 머물렀다. BOJ가 엔화 강세를 누르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 했던 지난해 8월 4일 이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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