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가 로이드 블랭크페인 최고경영자(CEO)의 사임 이후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 온라인판은 골드만 삭스의 한 임원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랭크페인이 이르면 올해 여름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개리 콘(51·사진)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후임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포천의 보도에 대해 골드만 삭스 측은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다. 포천은 향후 몇 개월 안에 골드만 삭스 내부에서 큰 변화가 생길 게 분명하지만 블랭크페인이 골드만 삭스 자체를 떠날지, CEO직 사임이 자의에 따른 것인지, 블랭크페인이 CEO직을 다른 인물과 함께 공동으로 맡게 될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골드만 삭스는 과거에도 공동 CEO 체제로 운영된 바 있다. 존 와인버그와 존 화이트헤드, 로버트 루빈과 스티븐 프리드먼, 존 코자인과 헨리 폴슨 공동 체제가 바로 그것이다.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금융업체 골드만 삭스가 지도부 교체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땅에 떨어진 명성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차기 CEO로 주목 받고 있는 콘도 블랭크페인과 마찬가지로 골드만 삭스에서 말단 트레이더로부터 출발했다. 지난 17년 동안 골드만 삭스에서 승진가도를 달려온 콘은 이미 사내 주요 사업부 책임자들로부터 직접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현재 대외적으로 글로벌 삭스의 ‘얼굴마담’ 역할까지 맡고 있는 콘은 지난달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서 골드만 삭스를 대표해 만찬도 주최했다. 이 자리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 총수와 정치인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6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콘을 포함한 골드만 삭스 본사 임원 4명의 보너스가 1년 전보다 줄 것으로 알려졌다. 보너스가 이처럼 감소한 것은 금융인들에 대한 미국 내 여론 악화와 수익 감소 때문이다.
오하이오주 셰이커하이츠 태생인 콘은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 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한 뒤 US 스틸에 5개월 정도 몸 담으며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콘에 대해 오만하고 공격적이며 신경질을 잘 부리고 위험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라고 평한다.
지난해 7월 블룸버그통신은 “키 190cm에 몸무게 100kg의 거구인 콘이 이따금 다리 한 쪽을 트레이더 책상 위에 올려놓고 허벅지를 트레이더 얼굴 가까이 댄 채 ‘시장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느냐’고 묻곤 한다”고 전했을 정도다.
한때 월스트리트의 5대 투자은행 가운데 하나로 2008년 파산한 베어 스턴스 애셋 매니지먼트에서 CEO를 역임한 리처드 마린은 “콘의 오만한 성격이 종종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며 “월스트리트에서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는 상대방을 고객이 아니라 경쟁자로 여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의 보도대로 콘이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일지 모르지만 돈을 쓸 때는 쓴다. 콘은 부인과 함께 1999년 뉴욕 대학 의대에 기부해 아동·청소년심리분석연구소를 설립했다. 모교인 아메리칸 대학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도 설립했다. 오하이오주 켄트 주립 대학은 그의 이름에서 따온 ‘콘 유대계 학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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