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자원 개발의 속성을 얘기할 때 영국 북해 유전 발견을 거론한다. 해외 메이저 자원 개발 회사가 장기간 끊임없는 시추를 통해 결국 대량의 석유를 발견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1950년대 중반부터 탐사를 시작해 15년 동안 무려 33번의 시추 끝에 1970년 대규모 유전 개발에 성공했고 영국 경제의 버팀목이 됐다는 유명한 일화다. 중간에 시추를 포기했다면 영국 북해 유전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거나 생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다. 자원 개발의 '명과 암'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인 셈이다.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우리 정부가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지난해 13.7%에서 오는 2020년까지 3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연탄, 우라늄 등 6대 전략 광물은 43%로 확대해 국가 에너지 안보를 위한 안정적 수준으로 자주개발률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라크 등에서 추진 중인 대형 자원 개발 프로젝트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16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서 열린 제114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원 개발 성과와 향후 추진 계획'을 이명박 대통령에 보고했다.
지경부 분석에 따르면 2007년 4.2%에 불과했던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은 지난해 13.7%를 기록했다. 지난 4년 동안 확보한 자주개발 물량(일 34만배럴)은 현 정부 출범 이전의 물량(일 12만5000배럴)의 3배로 급증했다. 이는 50년 이상 해외 자원 개발 역사를 지닌 일본의 자주개발률이 2004년 이후 22~24%에서 정체된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인 수준이라고 지경부는 설명했다.
6대 전략 광물(유연탄 우라늄 철광 동 아연 니켈)의 자주개발액은 2007년 39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1억달러로 3배 증가했으며 자주개발률은 18.5%에서 29%로 큰 폭 상승했다. 특히 0%였던 우라늄 자주개발률은 6.5%까지 확대됐다. 리튬과 희토류 등 신전략 광물은 6.1%(2007년)에서 12%로 두 배 늘었다.
올해는 석유·가스(20%), 6대 전략 광물(32%), 신전략 광물(13%) 등 자주개발률 달성을 단기 목표로 정했다. 석유·가스는 지난해 대비 일 생산량을 17만배럴 추가로 확보하고 니제르(우라늄)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니켈), 호주 나라브리(유연탄), 브라질 나미사(철광) 등지에서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UAE 3개 미개발 광구의 본계약은 내달 초 마무리하고 개발 단계에 본격 돌입할 예정이다. 10억배럴 이상 대형 유전 확보는 참여 광구·방식 등 협상이 조기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이라크에서는 내년까지 쿠르드 5개 광구에 대해 탐사를 추진하고 쿠르드 정부와의 계약 변경 협의는 연내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 밖에 올 상반기 '북극권 유전 개발 진출 종합 전략'을 수립하고 중국과 폴란드(세일가스), 인도네시아·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비전통 에너지 자원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제2의 동해 가스전을 찾기 위한 대륙붕 등 국내 자원 탐사 활동도 강화한다. 한국석유공사와 호주 우드사이드가 공동으로 4월부터 본격적인 시추가 시작된다.
자원 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는 세계 50위권 석유 개발 전문사로, 광물공사는 세계 20위권 자원 개발 전문사로 성장시키기 위해 상반기 '포스트 3020', '광물 개발 강국 도약 마스터플랜' 등 각각 로드맵을 완성키로 했다.
시추선 수요 증가 추세에 따라 석유공사 시추선 사업 부문을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은 올 연말까지 추진된다.
공정한 '홍보'에도 신경 쓰기로 했다. 과도한 홍보를 통해 시장 질서를 저해하는 사업자는 융자 등 정부 지원 사업 평가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으며 광물 개발 평가 기준과 모범 공시 기준을 제정한다는 방침이다.
홍 장관은 "전 세계가 자원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 시점에서 정부와 공기업, 민간기업이 합심해 자원 강국의 미래를 여는데 밑거름이 되자"며 "자본, 기술, 인력 등에서 자원 개발 여건이 선진국에 뒤쳐져 있지만 장기적 시각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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