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사실상 3연임에 연연하지 않고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최고경영자(CEO)와 주가의 관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전문 경영인은 능력에 비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적어도 주식시장에서는 말이다. 대표적인 전문경영인 기업인 포스코와 KT도 현대제철과 SK텔레콤 등 오너 기업에 비해 주가는 두드러질만큼 오르지 못했다. 오죽하면 연임이 확정된 정준양ㆍ이석채 회장이 자사주 매입은 물론 전담 조직을 통해 주가관리를 하라고 강하게 주문할 정도이니 말이다.
남 사장도 마찬가지다. 대우그룹 해체후 10년간 산업은행의 그늘 아래에서 지내온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과 경쟁하며 상선 수주에서는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빅3의 한축으로 막강한 경쟁력을 일궈냈다. 특히 남 사장은 취임 전 4조7000억원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액을 지난해 13조원으로 3배 가까운 성장을 일궈내는 능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가는 오르지 않았다. 남 사장 취임 당시 시가총액은 5조2000억원에서 현재는 5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현대중공업의 시가총액이 4배, 삼성중공업이 2배 오른 것에 비하면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았다. 일부에서는 전문경영인의 한계 때문이라는 설명을 한다. 하지만 조선사업이 워낙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다 보니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분석이 100% 맞는다고 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는 오너에 버금갈만큼 회사를 책임질 주인이 없었다는 게 문제인 듯 하다. 그렇다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도 주가를 부양해야 할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지 않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도 없이 그저 남 사장에게 책임을 떠 넘기는 산은의 행태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 지 남 사장은 용퇴의 조건으로 '내부인사 선임시'라는 조건을 달았다. 자칫 불거질 지 모를 문제도 스스로 떠안겠다는 마지막 욕심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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