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뉴타운 조정안 발표 2주 지나보니… “갈등·비용 부담 너무 커”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수술 방안' 발표 2주가 지나며 25개 자치구청이 벌집 쑤셔놓은 듯 동요하고 있다. 일부 구청장들은 사업 조정이나 전면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을 속속 내놓고 있다. 개발이 취소될 경우 갈등 조정 부담은 물론 비용마저 떠안아야하는 이유에서다.
특히 서울시 뉴타운 조정안에 뜻을 같이했던 자치구에서도 변화가 관측돼 주목된다. A구청장은 "구청장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을 안고 가는 것보다 반대의견이 높지 않은 사업장을 (개발쪽으로)끌고 가는게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며 "결국 구청장들이 서울시 정책에 마지막까지 협조할지가 최대 변수"라고 털어놨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지역 뉴타운ㆍ재개발ㆍ재건축 대상 1300개 구역 중 실태조사 대상은 610개에 달한다. 이중 추진위나 조합 등 추진주체가 없는 정비구역 83개와 추진주체가 있는 293개는 구청장이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추진주체가 있는 경우 토지등소유자 10% 이상 요청이 필요하지만 실태조사 대상지 중 절반 이상이 구청장의 직ㆍ간접 영향을 받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구청으로 쏟아지는 민원으로 구청 직원들도 속앓이 중이다.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 주민들의 속내보다는 덜하다. 하지만 아무것도 답해줄 수 없는 처지여서 공무원은 답답한 심정을 호소한다. A구청 관계자는 "사업추진이 어떻게 되는지 문의는 계속 들어오는데, 딱부러지게 아는게 없으니 답변하기가 어렵다"며 "그래서 결국 고성, 막말은 물론 소송 협박까지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강북일대 A구청 관계자는 "구청장을 바꿔달라는 전화는 기본이고 (직원들이)아는게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민원은 강북일대 자치구에서 많다. 서울시 실태조사가 예정된 610곳의 90%가 강남 이외 지역에 집중된 까닭이다. 지역별로는 ▲성북 59곳 ▲은평 45곳 ▲동대문 42곳 ▲영등포 42곳 등이다. 반면 ▲강남 4곳 ▲양천 9곳 ▲중 10곳 ▲송파 10곳 ▲서초 10곳 등은 대상구역이 상대적으로 적어 자치구내의 갈등도 적은 편이다. 뉴타운 조정안에 따라 강남보다 강북일대 지역의 파급효과가 큰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원인은 박 시장의 조정안이 큰 그림만 공개됐다는데 있다. 실태조사를 위한 주민동의율은 빨라야 4월에 논의돼 정리될 예정이고 매몰비용 해결방안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매몰비용에 대한 서울시와 국토해양부간의 이견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반면, 국토부는 시 조례 중심으로 이뤄지는 일이고 정부가 나설 이유가 전혀 없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자치구들은 더 큰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매몰비용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은평구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30%가 채 되지 않고 다른 지역들도 30~35%로 여력이 부족하다. C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지시에 따라 무상급식 등 복지부분이 크게 늘어 재정여건이 예전만 못하다"며 "정부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힘들 수밖에 없는데 지원 자체가 불가능해지면 재정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사회복지비 부담이 구 재정의 50%를 넘어선 일부 자치구에서 "사회복지 보조사업을 시비로 충당해달라"는 건의안이 나온 것도 이때문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구역별로 명학한 처리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결국 사업지연과 사업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실태조사 예정지가 강북에 집중된 탓에 결국 강남과 강북의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배경환 기자 khba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