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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판' 남양주 별내, "한 줄기 빛 찾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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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남양주시·LH, 도로공사 조속 마무리·버스 보강 등에 합의

'공사판' 남양주 별내, "한 줄기 빛 찾아들었다" 현대산업개발이 건설한 별내 아이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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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서울 외곽순환도로 불암산을 배경으로 아파트며 도로건설 공사 등이 한꺼번에 진행 중인 남양주 별내신도시. 이곳에선 주말 오후 여유로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포크레인과 덤프트럭이 수시로 오간다. 듬성듬성 들어선 아파트 단지는 신도시 입주 초기단계임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공사판' 남양주 별내, "한 줄기 빛 찾아들었다"

11일 찾은 남양주시 별내신도시는 분당이나 일산 같은 '도시'로 보기엔 무리였다. 2년 전 성황리에 분양됐던 아파트들만 속속 제 모습을 드러냈을 뿐이다. 직전에 인부의 손길을 거친 것처럼 단지 여기저기엔 흠집 하나 없이 생경한 것들로 가득하다. 아파트라고 하지만 입주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도로, 병원 등 각종 기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입주민들이 입주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공사판이었다.


"아파트만 지어졌다. 소방서, 경찰서, 학교, 도로 등 모든 것이 이제 지어지고 있다."

길을 가던 주민 한 사람이 성토했다. 아파트 공사는 계속돼 입주일자에 맞춰 완공됐으나 기반시설 공사가 미진하다는 사실을 강조하려는 듯 했다.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한 눈에 보기에 어설프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공사가 한창이다 보니 별내신도시 대부분의 도로는 공사차량 등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점멸등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다른 주민도 가세했다. "새로운 도시가 국민의 안전한 주거와 편리한 도시생활을 위해 있어야할 시설들은 없는 상태로 사람만 채우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많지 않은 입주자를 맞은 아파트단지 주변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나마 급한 불은 껐다"는 표정이다. 지난 10일 김성렬 경기도 행정1부지사와 남양주시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관계자, 입주민 대표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몇가지 약속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도로공사의 조속한 마무리, 도로신호체계 작동 및 표지판 확충, 65억원 규모의 소방용 고가사다리차 확충, 응급차 보강, 별내역 조속한 개통, 3월 중 서울 당고개역까지 운행하는 버스 노선의 중계역까지 연장, 6월까지 외곽순환도로 방음벽 설치, 3월 초등학교 2곳과 중학교 1곳 우선 개교 등이 그것이다. 아파트 입주 전 이미 지어졌어야 하는 시설들이 이제야 하나둘씩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 간담회에 참석했다는 한 주민은 "경기도지사를 대신해 부지사가 약속한 만큼 이행이 되리라 생각한다"면서도 "입주한 사람으로서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공사판' 남양주 별내, "한 줄기 빛 찾아들었다" 별내 '예가'아파트에 이삿짐 차량이 짐을 내리고 있다.

도시 기반시설이 늦어지면서 아파트단지내 상가 등도 썰렁한 모습이다. 상가분양 관계자는 "신도시 입주가 시작됐다는 소문을 듣고 상가에 관심을 갖고 찾아온 사람들이 입주가 원활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고 되돌아가기도 한다"고 불만스런 목소리를 냈다.


불암산 너머로 해가 질 시간이 되자 주민들은 저마다 집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한 주민의 넋두리가 들려왔다. "새 집에 들어올 땐 설레는 마음이 먼저 있어야 하는데 마음 한켠에 돌을 심어놓은 듯하다."


어쩌면 주민들의 실망감은 판에 박힌 정부의 도시계획 정책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껏 신도시마다 으레 기반시설이 완성되기 전에 입주민을 맞도록 아파트부터 지었던 것이다. 주택공급이 모자랐던 개발연대의 신도시 정책이 주택보급률 100% 시대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니, 신도시 초기 입주민들의 아우성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신도시든 보금자리주택단지든 막대한 금융부담 탓에 초기에 기반시설을 완벽하게 갖춰놓기는 쉽지 않으리라. 하지만 아직 벌여놓지 않은 새 주택단지는 뒤늦은 법석으로 입주민을 위로하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어스름한 차창 밖에는 제 모습을 갖춰가는 보금자리주택이 보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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