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이 해외 유전 개발권 '큰 손(?)'
1호 유전펀드 지분 15.68% 보유
연평균 수익률 12.64%로 원금+배당금 등 총 420여억원 회수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지식경제부 산하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가 1호 유전펀드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린 것으로 밝혀졌다. 통상 '우체국 집단'으로 더 익숙한 우정사업본부가 유전펀드의 '큰 손'이었던 셈이다.
9일 금융감독원 및 우본에 따르면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 2006년 말 첫 출시한 1호 유전펀드(베트남 15-1 유전 해외자원개발투자회사)의 주주인 우본은 연 평균 수익률 12.64%를 기록했다. 이 펀드는 지난달 말 5년의 만기로 상장이 폐지됐다.
우본은 640만주(지분율 15.68%)를 보유하고 있던 주요 주주였다. 당시 주당 5000원에 취득해 총 투자액은 320억원 상당에 이른다. 5년 동안 지분 전량을 유지한 우본은 만기일 기준으로 원금과 배당금(107억원)을 합쳐 총 420여억원을 회수했다.
우본 보험자산운용팀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6~7%의 투자 수익률을 기록하면 성공한 편에 속한다"며 "베트남 1호 유전펀드의 경우 해외 자원 개발이라는 리스크(위험)를 안고 있었기에 수익률이 더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투자 원칙에 따른 결과였던 셈이다.
유전펀드는 유전을 생산하는 광구에서 뽑은 원유를 팔아 남기는 수익의 일정 금액을 분배 받는다. 절세 효과와 3개월마다 들어오는 배당금 등이 최대 매력으로 꼽히는 이색 투자 상품으로, 기관 투자자는 물론 개인에게도 인기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돈이 되는' 유전 생산의 지속성, 즉 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 위험도가 높아 '대박' 혹은 '쪽박'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한다.
해외 투자를 물색하던 우본이 베트남 1호 유전펀드에 거액을 쏟아 부은 건 '대박'의 가능성을 예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1호 유전펀드는 당초 예상했던 유전의 생산량이 추정치를 웃돌아 매출액이 늘어난 데다 환 헤지 과정에서도 환차익이 발생하면서 수익률이 배 가까이 높아졌다.
우본은 두 번째 해외 자원 개발 투자처를 찾고 있다.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미국 앙코르(ankor) 지분 29%를 민간에 매각한 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한 3500억원 규모의 2호 유전펀드에는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미국 내륙에 위치한 유전 개발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본 관계자는 "아직 최종 결정은 내리지 못했지만 미국 내륙에 있는 유전에 사모펀드(PEF)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2호 유전펀드에는 이번에는 투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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