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출 4개월째 내리막..1월 두 자릿수 감소
경기 불황+주요 품목 단가 저조+해외 생산 비중 확대 등 원인
IT 무역수지 49.3억불 흑자..규모는 2009년 4월 이후 최저
올해 연간 수출 1630억달러 전망..전년比 3.8%↑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우리나라 수출의 28%를 차지하는 정보·기술(IT)의 무역수지가 점점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월 IT 수출은 2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고 흑자 규모도 지난 2009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가 감소한 데다 주력 품목의 단가 개선이 지연된 것이 수출 부진의 주범이란 분석이다.
7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IT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한 111억8000만달러, 수입은 10.4% 줄어든 62억50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수지는 49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지난해 10월부터 4개월 연속 내리막을 이어가 경기 불황을 실감케 했다. 1월 수출액은 지난해 2월(111억6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감소폭으로는 2009년 5월(-17.2%) 이후 최대다.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주력 품목의 단가 개선이 지연된 영향이 컸다. D램 가격은 전년 동기(1.91달러)보다 53.8% 감소한 0.88달러에 그쳤고, 낸드 플래시 가격은 5.38달러에서 3.28달러로 39% 급감했다.
품목별로는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휴대폰 등 전반적으로 감소한 반면 시스템반도체(18억5000만달러ㆍ33.4%)와 컴퓨터(2억달러ㆍ42.1%) 수출은 늘었다.
국가별로는 재정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는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8억5000만달러로 33.6% 크게 감소했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55억달러)은 3%, 일본(7억4000만달러) 6.6%, 미국(12억1000만달러) 13.7% 등 각각 줄었다.
수입 감소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휴대폰은 59.6%(2억4000만달러) 급감했으며 컴퓨터 및 주변기기도 17.7%(7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반면 국내 통신망 투자 확대로 네트워크장비 수입은 26.9%(2억6000만달러) 증가했고, 국내 시스템반도체 수요 증가로 시스템반도체 수입도 2.0%(16억6000만달러) 늘었다.
해외 생산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점도 수지 악화의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휴대폰의 경우 해외 생산 비중이 지난해 1ㆍ4분기 61.8%에서 4분기 78% 내외로 증가했다.
지경부 정보통신정책과 강명수 과장은 "IT 업종은 초기에 제품이 출시되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을 하지만 범용화 이후에는 가격 경쟁력 등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해외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구조"라며 "수출 수지에는 제약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신제품 개발과 소프트웨어(SW) 부문에서 고용 창출에 힘써줄 것을 대신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IT 수출입 전망은 밝은 편이다. 29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를 보인 시스템반도체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메모리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패널의 가격이 회복 추세로 접어드는 등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강 과장은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과 휴대폰의 해외 생산 비중 확대 등 IT 수출 확대에 제약으로 작용할 요인이 상존하지만 올해 스마트폰과 시스템반도체 등 하드웨어(HW)와 SW 융합형 제품의 성장을 바탕으로 연간 수출은 3.8% 증가한 1630억달러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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