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로 일본을 택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요코하마 유수지와 조정지 등 물 관리 시스템을 살펴본 후 "인상깊고 시정에 적극 참고,반영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특히 박 시장은 개발 후 홍수대책을 수익자 부담원칙으로 갖는 요코하마시 조례를 유심히 살폈고, 수돗물 안전과 시민들의 참여유도도 함께 고민했다.
◆"개발 수익자가 부담하는 홍수대책관련 조례 참 인상적"= 순방일행들은 오전 9시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2시께 하네다공항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처음 방문한 목적지는 츠루미강 다목적 유수지. 이 유수지는 도쿄에서 30분정도 떨어진 요코하마 월드컵경기장(84ha규모) 일대에 위치해 있다. 유수지란 집중호우로 강 수위가 높아질 시 물을 따로 저장하고, 수위가 안정화되면 다시 방류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츠루미강 하류에 위치한 요코하마는 과거서부터 범람이 심했던 곳이었는데 지난 50여 년간 이뤄진 급격한 도시화로 침수위험이 더 커졌다. 1958년대 홍수도달 시간이 10시간이었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2시간으로 단축될 정도다. 이에 따라 2003년 유수지를 만들어 대대적인 관리에 나섰다.
일본 국토교통성 관계자는 "유수지와 함께 테니스코트나 학교교정 등 생활공간을 호우 때 빗물저장장소로 이용하는 방재 조정지도 4300개가 요코하마에 있다"면서 "특히 건물을 세울 때 이러한 조정지를 만들게 하도록 조례로 명시해 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개발을 하면 그만큼 홍수피해가 심해지는데, 이를 개발 수익자들이 조금씩 부담하고, 시민들도 빗물을 모으는 등 자발적인 노력들이 이뤄지면 홍수대비가 훨씬 강화될 것"이라면서 "관련 조례가 있다는 게 참 놀랍고, 서울시도 이와 같은 내용을 법제화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요코하마와 같이 하천 규모가 크고 하류에 위치한 홍수 위험지역 총 109곳을 집중관리하고 있으며, 중소 하천 지역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다.
순방일행은 이어 유수지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가와이 정수장도 들렀다. 이곳은 정수장에 소수력발전기술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요코하마의 수돗물을 관리하면서도 친환경 에너지로 전기를 일으키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가와이 정수장장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정수시설인 가와이 정수장에서 만들어지는 수돗물은 100~120엔 정도 유료로 보급되고 있는데 연간 230만병이 팔린다”고 언급했다.
박 시장은 "우리는 공짜로 내놓는 아리수가 있는데, 여기서는 유료로도 이만큼 팔린다니 수돗물 안전과 시민 인식에 대해 고민해 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한 서울시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요코하마는 소수력발전소가 현재 신재생에너지에서 60%를 차지할 만큼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데 서울도 앞으로 낙차를 활용할 만큼 수위가 되는 중랑천, 노량진 배수진, 잠실 수중보 등 3개 이상의 장소를 염두에 두고 정수장 내 소수력 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시장, 두 달만에 이발..스토 노부히코 의원과의 만남= 이날 출국 수속을 밟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공항에서 만난 박 시장은 “두 달 만에 염색과 이발을 했다”고 말했다. 취임 후 100일을 조금 넘기는 동안 현장과 소통을 강조하며 종횡무진 발로 뛴 탓에 외모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탓이다.
요코하마에 도착하자마자 박 시장을 젤 먼저 반긴 일본인은 스토 노부히코 중의원이었다. 이날 스토 의원은 박 시장 일행과 함께 하루 일정을 동행했다. 스토 의원은 “그동안 박 시장과는 10년 정도 시민사회운동으로 교류하고 있는데 친밀감을 많이 느낀다”면서 “작년 지진과 원전참사로 일본의 원전 총 54기 중 50기는 중단된 상태고, 4기도 오는 4월께 모두 멈출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토 의원은 이어 “원전을 중단시켰지만 정전에 대한 우려는 없다”면서 “가장 좋은 발전은 시민들이 절전을 하는 것이고, 제도적으로 하이브리드카 보급 활성화 등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요코하마=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