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올들어 '사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이 에너지, 소재(화학, 철강), 산업재(건설, 기계) 등 그간 시장에서 소외를 받던 '못난이 삼형제'에 주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7일 한국거래소 및 하나대투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32.86%에서 33.07%로 0.21%포인트 늘었다. 외국인이 지분율을 가장 많이 높인 업종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로 각각 1.5%포인트, 1.2%포인트, 1.2%포인트 늘었는데, 이들 가운데서도 특히 화학과 건설이 각각 1.39%포인트, 1.34%포인트씩 외국인 비중을 키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과 같은 유동성 장세에서의 투자 포인트는 당장의 경기가 아니라 미래의 경기 턴어라운드 기대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유동성 장세에서는 그동안 소외를 받아온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이 상승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분석부 이사는 "지난해 하반기와 같은 경기 하강기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유동성 장세에서는 당장의 실적이 아니라 1~2분기 뒤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며 "따라서 오히려 확정된 실적이 좋지 않은 업종이나 종목들이 살아난다"고 분석했다.
이들 업종을 담는 투자자는 외국인뿐만이 아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수급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연기금도 올들어 7400억원 가까이를 순매도 했지만 에너지, 소재, 산업재에 대해서는 순매수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이들 업종의 지난해 고점대비 회복률은 다른 섹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여기에 외국인과 연기금의 수급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 역시 기대해 볼 만하다는 평가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의 코스피 흐름이 리먼사태 이후 2009년 상황과 유사하다는 점에서도 '못난이 삼형제'가 주목됐다. 두 경우 모두 ▲외부 충격으로 주택시장 붕괴와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공포를 경험했다는 점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우려를 해소시켰다는 점 ▲이후 기술적으로 추세 전환 패턴이 완성됐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유사한 진행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2009년의 경우 3월과 4월에 걸쳐 지수 회복이 진행됐고 낙폭과대 업종의 상대적 성과가 좋았다"며 "이번달 역시 소재, 건설·조선 등 산업재의 추가 상승을 기대해 볼만하다"고 평가했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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