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소설- 복희 누나 > 63회 KBS2 월-금 오전 9시
< TV 소설- 복희 누나 >(이하 <복희 누나>)는 MBC <빛과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1960년대부터 1970년대를 아우르는 ‘그때 그 시절’에 관한 드라마다. <빛과 그림자>가 쇼비지니스계를 중심으로 서구화, 현대화되어가는 시대상을 다룬다면, <복희 누나>는 그 시대적 흐름 속에서 전통적 가치를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복희 누나>를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 보수적 성격이 지니는 ‘빛과 그림자’ 같은 양면성이다. 이 드라마의 1부 격인 복희(장미인애)의 어린 시절은 ‘그림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고전적인 여성 수난기가 불편할 정도로 반복된다. 캔디스토리의 한국적 원형일 착하고 꿋꿋한 콩쥐 이야기가 복희와 정애(견미리) 모녀에게 대물림되며 ‘훌륭한 사람은 힘들어도 참고 견디는 사람’이라는 인고의 미학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보수성이 점차 긍정적 에너지로 승화되는 건 복희 성인기로 접어들면서부터다. 복희가 어려움에 처한 봉제공장을 동료들과 함께 지켜가는 과정이나 병만(이효정)이 수익을 위한 현대식 대량생산에 맞서 가족 같은 직원들과 수공업으로 일궈낸 전통약주의 명맥을 고수하는 이야기는, 아직 사회가 자본에 잠식당하기 전 유구히 살아있던 전통의 공동체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리고 <복희 누나>는 그러한 가치를 살리기 위해 단순한 복희의 성공기 중심이 아니라 그 공동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인물 군상의 드라마를 그려나간다. 아무리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어도 그만의 개연적 스토리를 지니고, 적은 비중의 조연이라 해도 인생 전체가 압축된 고유한 캐릭터를 가진다. 결국 이러한 점이 <복희 누나>를 종종 낡고 촌스럽기도 하지만 단순한 복고 취향에 안이하게 기대지 않는 문예적 향취를 지닌 시대극으로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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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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