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훈 교수 "자각 증상 없고 다른 병으로 오인하기 쉬워"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동물의 간(肝)을 날로 먹으면 개회충에 감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자각증상이 없어 기생충에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지내다 각종 검사는 물론 수술까지 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임재훈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최근 국제학술지(JKM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개회충증은 자각 증상이 없어 대부분 감염된 줄 모른 채 지내고 다른 병으로 오인하기 쉽다.
개회충은 두 가지 경로로 감염된다. 개회충 알이 들어 있는 흙이나 먼지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거나 익히지 않은 동물의 간을 먹어 감염되는 경우다. 예를 들어 흙에 섞여 있는 개회충 알을 소나 염소, 오리 등의 동물이 먹으면 이들 동물의 간으로 바로 유입되고, 사람이 개회충에 감염된 동물의 간을 익히지 않고 먹을 경우 이 유충이 다시 사람의 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소의 간은 식욕을 돋우고 간과 눈 등에 좋다고 해 많이 먹는데, 우리나라 성인의 약 5%가 개회충증 양성으로 판명됐을 정도로 위해성이 큰 편이다.
개회충은 길이가 0.5mm 정도여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간이나 폐, 눈 속에 기생하며 염증을 일으키는데,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에서는 작은 결절(혹)로 보인다. 개회충에 감염되면 열과 감기 증상, 상복부 불쾌감은 물론 심지어 척추마비, 간질환, 뇌경색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는 개회충에 감염돼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환자 대부분 감염 사실을 모르고 지낸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병원에서 다른 병으로 CT나 MRI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되면, 간암이나 폐암 또는 전이암 등으로 오인하기 쉽다.
또 개회충에 감염되면 혈액 성분 중 호산구가 증가하는데, 이 원인을 찾기 위해 알레르기나 암 등 불필요하고 비싼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잦은 편이다.
개회충 감염 여부 검사는 간단하다. 시약을 이용한 피검사(면역반응검사)를 통해 간단히 할 수 있으며, 개회충에 감염됐다고 해도 6개월 정도면 저절로 낫는다. 증상이 심한 경우도 회충약을 먹으면 괜찮아진다. 따라서 초기 증상이 있을 때 개회충 감염 여부에 대한 확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임재훈 교수는 "기생충에 감염된 줄 모른 채 CT나 MRI검사를 하고, 심지어 조직검사와 항암치료를 받다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위암이나 대장암 환자 등이 동물의 간이 암 치료에 좋다는 생각에 동물의 간을 먹는 경우 그 폐해가 심각한 만큼, 소의 간 등은 익힌 게 아니라면 절대로 날로 먹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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