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지난해 겨울 혹독했던 추위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올 겨울은 다행스럽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날씨를 보였고, 설 연휴 직전까지 3월을 방불케하는 기온이 나타났다. 겨울 날씨가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원인은 북극이다.
▲"작년엔 진짜 추웠어"
지난해 겨울에는 2010년 12월 24일부터 해를 넘긴 2011년 1월 31일까지 38일간 전국적 한파가 계속됐다. 부산에서는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2.8도까지 떨어지며 1915년 이후 가장 추운 겨울을 맞았다. 한강도 평년보다 11일이나 빨리 얼어붙었다.
이같은 맹추위는 북극 온난화 때문이었다. 지난해 겨울 북극 지방은 평소보다 10도 가까이 오른 영하 25도 안팎의 온도를 기록했다. 11월이면 얼어붙던 북극 인근의 캐나다 북부 허드슨만과 배핀섬도 12월까지 얼지 않았을 정도다.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 '북극진동'이 약해진다. 북극진동은 북극과 중위도(북위 45도)지방 사이의 기압차가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현상이다. 북극 기온이 떨어져 극지방의 기압이 올라가면 북극진동지수는 올라가고, 반대로 기온이 올라가면 기압이 내려가면서 북극진동지수가 낮아진다. 한마디로 북극진동의 약화는 북극지방과 저위도 지역의 온도차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진입장벽' 구실을 하는 제트기류의 힘이 약해지면서 차가운 공기가 지구 아래쪽으로 쏟아져내린다. 지난해 겨울이 그토록 추웠던 까닭이다.
▲"올해는 살 만 하네"
반면 올해는 북극진동 약화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 이상한파를 불러 올 만한 기후 조건이 없다는 얘기다. 덕분에 중위도 지방 상층 공기 흐름이 동서방향으로 강화되며 북쪽의 차가운 공기가 우리나라 부근으로 많이 내려오지 못했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한주동안 전국 대부분 지방의 기온이 평년보다 2~5도 높았다. 17일 서울 낮 최고 기온은 8.2도. 평년기온으로 치면 3월 초나 가까운 날씨다. 원래 해당 기간의 평년 기온은 1.7도였다.
지난해와는 달리 폭설도 없었다. 지난해 동해안 지역에서는 1월 초와 2월 중순 폭설이 내려 재산피해 717억원에 이재민 167명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1년 2월 11일부터 14일 강원도 동해시에는 무려 102.9cm의 눈이 쌓이기도 했다. 반면 올해는 눈이 내린 날의 수는 비슷하지만 양이 적다.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지 못하면서 상층 기압골이 동해 북부해상 부근으로 자주 통과하면서 눈을 내릴 수 있는 지상저기압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 연휴부터는 점차 기온이 내려가 추워진다. 22일부터 25일 사이에는 평년보다 최대 6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해와는 달리 대륙고기압이 확장됐다가 수축하며 나타나는 전형적 삼한사온 현상으로 이상기후로 볼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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