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없이 장기 집권, 2인자 세력구도는 차이
[아시아경제 조영신 기자]석연치 않은 이유로 하나금융그룹 2인자인 김종열 사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외압설, 불화설 등 온갖 억측이 금융권에 나돌고 있다.
당사자인 김 사장은 1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한사태와 다르다. 순수하게 받아 달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시장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분명 '신한금융그룹 사태'와는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지주회사가 갖고 있는 '1인 위주' 지배구조의 문제로 인해 '신한과 하나'를 같은 연장선상에서 보려는 경향이 짙은 것.
우선 신한과 하나의 닮은 점은 지분이 없는 절대 권력자가 국내 금융그룹을 수십년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김승유 회장은 지난 1971년 하나은행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서부터 하나와 인연을 맺었다. 97년부터 2005년까지 하나은행장을 역임했고, 그 이후론 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이 보유한 하나금융지주의 주식은 고작 16만4500주. 지분율 0.08%만으로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자로 군림하고 있다.
신한사태로 물러난 라응찬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경우와 비슷하다.
라 전 회장은 지난 91년부터 19년간 은행장과 지주 회장으로 신한금융그룹을 통치했다. 라 회장의 지분을 0.04%(20만5425주, 2010년 신한사태 전 지분)였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2인자였던 신상훈 사장과 김종열 사장의 지분은 각각 0.03%(13만3356주, 신한사태 전 지분)와 0.03%(7만주)다.
오랜 기간 왕권을 쥔 탓에 권력자가 고령인 점도 같다. 라 회장은 신한사태 당시 73세였고, 김 회장은 현재 69세다.
같은 점을 또 들자면 2인자인 김 사장과 신 사장 모두 1인자와 함께 생활하면서 조직을 키워 온 '동거동락형'이라는 것이다. 때로는 후견인으로, 심지어는 '아들'이란 호칭으로 불릴 만큼 깊은 동지애를 유지해왔다.
수십년간 절대권력을 쥐다보니 여타 금융회사와 달리 외부입김 즉 금융당국의 관치(官治)가 잘 작용하지 않은 점도 닮은 점이다.
김 회장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추종세력에서 하나와 신한이 갈린다.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의 경우 그룹내 각각 추종세력이 있어 그룹내 1인자와 2인자간 다툼이 가능했다.
여기에 서열 3위인 이백순 행장까지 가세하면서 비리와 폭로 등 신한사태는 진흙탕싸움으로 까지 번졌다.
신한이 권력자간 다툼에서 만신창이가 된 이유도 이때문이다.
하나는 조금 다르다. 절대권력자인 김 회장을 추종하는 세력만이 존재한다. 2인자인 김종열 사장과 세열 3위인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별도의 막강한 세력이 없다.
따라서 이번 김 사장의 사의 표명을 내분 또는 권력다툼을 보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한의 경우 그룹이 신 사장을 고발, 사태의 시발점이 됐고, 하나는 김 사장이 스스로 사의 표명을 했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이 외에 신한은 LG카드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이 모두 끝나 공동의 목표가 없었지만 하나는 외환은행 인수라는 지상 최대 과제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김 회장은 13일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될 경우 김 사장이 복귀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조영신 기자 as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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