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0돌 집중기획 <上>미래지향적 관계 만들려면
교역액 2200억달러 35배 급증…경제성장 동반자 관계
역사왜곡·통상문제 등 외교 마찰 합리적으로 풀어내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한국과 중국의 수교 이후 20년은 한민족 5000년 역사속에서 양국간 관계가 가장 평등하게 정립됐던 기간이다. 이는 물론 우리의 경제력이 뒷받침된 때문이다. 또 중국이 공산화 이후 문화혁명이라는 역사적 퇴행을 겪으면서 내부적인 발전 동력이 주춤했던 데도 기인한다.
문제는 앞으로다. 어느새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중화사상이 팽창주의와 결합돼서 동북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경우, 인접국인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한중 외교의 최대 현안은 북한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다. 한국과 중국은 둘다 북한의 갑작스런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현 동북아 정치질서의 유지라는 점에선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달라진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북한을 자국의 한 성으로 복속시키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 등은 이같은 움직임의 방증이다.
지난 20년간 양국간 관계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1992년 수교 당시 63억달러에 불과했던 교역액은 지난해 2200억달러로 늘어나, 20년만에 35배 가량 증가했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제1위 교역 및 투자 대상국이 됐다.
단순히 교역량이 늘어난 데 그치지 않고 교역구조가 상호보완적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수교 초창기 한국은 주로 완제품과 원자재 등을 수출하고 식품·섬유제품 등을 수입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부품·중간재 수출비중이 크게 늘었다. 또 중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하는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간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홍콩·싱가포르·일본·미국에 이어 다섯번째로 많이 투자하는 나라가 됐다. 20년 전 10만명을 갓 넘던 양국간 방문자는 지난해 600만명을 넘어섰다. 중국에 하루 이상 머문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은 408만명으로 가장 많은 수준이고, 과거 조선족 동포 중심으로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선 관광·업무목적이 주를 이룰 정도로 양국은 다방면에서 가까워졌다. 매년 전 세계에서 치르는 중국어 능력시험 응시자 9만여명 가운데 6만명이 한국인이다.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양국간 비행편은 주당 800편, 자매결연 도시만 130쌍에 달한다. 중국 대학 내 한국어학과는 현재 80여곳으로 늘었으며 '빠링허우(80년대 이후 출생)', '주링허우(90년대 이후 출생)'라 불리는 중국 신세대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로 상징되는 한류(韓流)문화가 유행이 된 지도 오래다.
그러나 양국간 관계는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적지는 않다. 특히 우리 입장에선 중국의 정치·외교적 영향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한미동맹과 한중관계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지난 2000년 마늘분쟁으로 상징되는 통상문제, 2004년 역사왜곡문제를 비롯해 최근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막는 과정에서 일어난 해경살해사건 등 수시로 불거지는 양국간 외교마찰도 현안이다.
중국내 한류 바람의 부작용으로 중국인들의 반한감정이나 혐한기류도 간과해선 안된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 방중기간에 한중 지유무역협정(FTA) 등과 같은 경제분야를 넘어 정치·문화 등 사회 전분야의 심층적인 논의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한중외교의 새로운 20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짤 때라는 얘기다.
문흥호 한양대 중국연구소장은 "미국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여전히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한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 북한과 중국 등 다양한 역학관계를 고려한다면 결국 한중 관계는 단순히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지역 주요 국가들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문제"라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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