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가 지난해 반려된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계획을 보강해 다시 제출한 것을 고용노동부가 엊그제 승인했다. 핵심은 '주야 2교대제'를 내년부터 '주간연속 2교대제'로 바꿔서 근로자의 밤샘근무를 없애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는 주간조와 오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일하는 야간조를 두는 근무체제를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일하는 1조와 오후 3시10분부터 밤 12시50분까지 일하는 2조를 두는 방식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법정 연장근로한도(주당 12시간)를 넘는 장시간 근로관행이 해소된다.
현대ㆍ기아차는 이를 위해 추가로 소요되는 인력을 보충하려고 올해 현대차 900명, 기아차 500명 등 14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005년부터 생산직 신규 채용을 전혀 하지 않다가 지난해 100명 미만을 채용했다. 기아차는 2007년 이후 한 번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았다. 이에 비추면 근무체제 변경은 생산현장의 상시적 위법 상태를 해소하는 동시에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는 이중의 긍정적 효과를 낳게 된다.
이로써 이미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계획을 승인받은 한국지엠ㆍ쌍용자동차ㆍ르노삼성자동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업체 모두가 근무체제 변경을 위한 실무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 남은 문제는 새로운 근무체제 실행과 관련된 여러 구체적인 쟁점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는 일이다. 노조 측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손실이나 노동강도 강화가 전혀 없거나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회사 측은 근무시간 중 휴게시간 축소를 비롯한 노동강도 강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여 인건비 증가를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상반된 입장의 중간 어느 지점에서 타협을 이룰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일이다. 다만 노조 측은 근로자 각 개인의 삶의 질을 좀 더 중시해야 하고, 회사 측은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이 길게 보아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장기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산업의 노사가 대승적 타협을 이루어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시간 노동 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기틀을 확고히 놓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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