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40여일 넘게 집중심리로 진행돼 온 '곽노현 재판' 1심 결과가 다음 달 초 나온다. 2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곽노현 재판'은 오는 29일 결심공판을 거쳐 다음 달 6일 선고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단일화의 대가로 올해 2~4월 2억원의 금품 및 6월 서울교육자문위원회 자문위원직을 주고받은 혐의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과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를 지난 9월 구속기소했다.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는 9월 첫 공판준비 기일을 갖고 10월부터 지금까지 20여 차례의 공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오고간 금품 등이 후보단일화의 대가인지 여부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전합의의 유무가 대가성을 입증할 유용한 수단이 되는 만큼 재판의 대부분은 곽·박 양 캠프 선거 실무자들의 합의 과정 및 함께 기소된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 등에 의해 금품이 전달된 과정을 확인하는데 할애됐다.
재판 초기 증언에 나서는 증인마다 사실에 대한 기억과 그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인데다, 사실관계 확인보다 추측과 해석을 유도하는 심문이 이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법정에서 제기된 진술들을 종합하면 곽 교육감은 지난해 10월 중순 무렵까지 사전합의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단일화의 대가로 금전적 지원을 약속한 사전합의가 존재했지만 합의의 당사자로 나선 양 캠프 실무자를 비롯해 구체적인 책임을 지려한 인물은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의 방법은 합법적인 수단을 택하기로 했다. 곽 교육감은 뒤늦게 사전합의의 존재를 알게 된 후 2억원을 지원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합의금의 성격이다. 증언들에 따르면 합의 과정에서 거론된 경제적 지원의 규모는 5억~7억원이다. 문제는 단일화 과정에서 이뤄진 '합의'가 통상의 '합의'에 포함되는지 애매하다는데 있다. 법정 증언을 참고할 때 사전합의의 성격을 '계약'으로 인식한 당사자는 없는 모양새다.
동서지간으로 알려진 양 캠프 합의 당사자 이모씨와 양모씨는 합의의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사도, 이행강제를 위해 노력할 의사도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반복했다. 보증을 선 최모 교수 또한 양자 간의 합의가 이뤄진 것을 보았다는 취지일 뿐 합의의 책임을 중재할 의향까지 있던 것으로 진술하진 않았다.
즉 수억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사전합의의 실체가 구체적인 대가에 대한 합의라기보다 '혹 어려워지면 돕겠다'는 정도의 막연한 약속에 가까웠다는 얘기다. 또 당사자가 양 캠프 후보가 아닌 실무자인 부분도 단일화 합의를 위해 형식적 약속을 나눈 것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곽 교육감 측은 일관되게 2억원은 인도적 지원, 자문위원직의 경우 정책연대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법정진술 등 지금까지 모아진 증거를 토대로 단일화 합의에 대한 구체적 대가의 존재여부, 곽 교육감이 건넨 2억원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무죄를 가리게 된다.
건네진 자금이 단일화의 대가가 아니었다고 풀이되면 곽 교육감은 무죄 선고와 함께 교육청 업무에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될 경우 보석으로 풀려나지 않는 한 부교육감에 의한 권한대행체제가 당분간 계속된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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