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국내 연구진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폐암 유전자 변이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에 따라 폐암의 진단은 물론 원인 유전자를 제어하는 표적 치료제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와 마크로젠은 유전 원인을 알 수 없었던 폐 선암(腺癌) 환자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성모병원(강진형 종양내과 교수)과 서울대학교병원(김영태 흉부외과 교수) 연구진가 공동 참여했다.
폐 선암은 폐암의 가장 흔한 조직형으로 전체 폐암 중 40% 가량을 차지한다. 흡연, 석면, 전리방사선과 같은 발암물질이 정상 폐 세포에서 암 세포를 만드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데, 현재 EGFR, KRAS, EML4-ALK 유전자가 폐 선암의 3대 유전자 돌연변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폐 선암의 40% 가량은 원인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30대 비흡연자 폐 선암 조직에서 DNA와 RNA를 추출한 후 차세대 서열 분석법을 통해 유전체 변이와 유전자 발현 패턴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 폐조직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RET' 암 유전자 일부분이 'KIF5B'유전자의 일부분과 융합돼 만들어진 'KIF5B-RET' 융합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과발현되거나 활성화돼 폐 선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비흡연 폐암환자 2명에서 이 융합유전자를 추가 발견, 이 융합유전자가 상당수 폐암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전체 폐 선암 가운데 4만명(6%) 정도가 KIF5B-RET 융합유전자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밝혀진 유전자를 통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표적 항암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정선 유전체의학연구소 교수는 "차세대 게놈서열 분석법을 이용한 암 유발 원인 유전자 발굴이 가속화되고 개인 맞춤형 항암치료법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폐 선암의 원인 유전자가 밝혀진 만큼 표적 항암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폐 선암에서 4% 빈도로 발생하는 'EML4-ALK 변이'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잘코리)가 연간 50억달러의 매출이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6%의 발현 빈도를 보이는 KIF5B-RET 융합유전자 타깃 치료제 시장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마크로젠은 폐암의 변이 유전자 진단법과 억제제의 폐암 적용에 관한 국제 특허 출원을 마친 상태로, 이 융합유전자에 대한 새로운 억제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은 유전체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게놈 리서치'(Genome Research) 22일자(현지시간) 온라인판에 실렸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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