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 더 케이팝> 목 Mnet 저녁 7시 30분
뮤지션의 해외 공연에 동행해 현지의 반응을 살펴보는 <붐 더 케이팝>은 얼핏 부지런한 방송처럼 보인다. 그동안 다뤄 왔던 아이돌 그룹이 아닌, 정글 엔터테인먼트의 레이블 공연을 취재 한 지난 방송에서도 제작진은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해외 뮤지션부터 행인들까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났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유의미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 분량의 절반이 지나서야 <붐 더 케이팝>은 한국 힙합이 미국 현지에서 갖는 의미가 “보통의 케이팝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사전에 설정했어야 할 아젠다와 취재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 혼동되는 순간, 방송은 길을 잃는다. 윤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분석과 정글 소속 뮤지션들의 외모에 대한 장난스러운 평가가 맥락 없이 섞여 있는 불균질함은 그런 착오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근본적으로 방송은 힙합 음악을 케이팝의 범주에 넣을 수 있는가의 문제부터 고민을 시작했어야 옳다. 장르적 공통점 없이 국적성에 기반한 이 명칭은 사실상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무국적성을 띄는 편의를 위한 명칭이다. 그러나 오히려 힙합에서 로컬의 의미는 음악의 색채와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며, 사실상 타이거 JK의 미국 시장 진출은 한국이라는 로컬의 데뷔전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은 한류팬들을 통해 리쌍의 인지도를 확인하고, 이것이 성취라고 단정 짓는다. 윤미래의 음악을 들려주고 춤을 추는 현지 댄스팀의 모습을 화면에 담아 “음악은 모두를 하나로 뭉치게 만든다”는 내레이션을 오버랩한 결론은 더더욱 성급하고 안일하다. 눈여겨 볼 정보들이 제법 등장했지만, 방송은 이것을 잘 꿰어내지 못했다. 서말 구슬을 마련하는 부지런함만으로 좋은 리포트가 완성되지 못한다는 것만을 되새겼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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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윤희성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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