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올해 초까지 지난해 인구를 4887만명으로 알고 지냈다. 그리고 2018년 4934만명을 정점으로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난해 인구는 4941만명, 인구 정점은 2030년 5216만명이라고 한다. 지난해 총 인구 오차가 54만명, 정점인구 오차는 282만명이다. 인구 정점 시기도 12년이나 차이 난다.
갑자기 아이를 많이 낳아서도, 사람들이 오래 살아서도, 외국인이 많이 들어와서도 아니다. 인구통계를 책임지는 통계청이 계산을 잘못해 그렇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듬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서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노동자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2004년 8월부터 외국인 고용허가제가 도입되고 외국 여성과의 결혼이 급증했는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그 바람에 지난해 인구는 실제보다 적게, 인구 감소 시기는 이르게 보았다. 지난해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토대로 새로 추계해 어제 정정했는데 문제는 이미 곳곳에서 불거졌다.
통계청 인구추계는 국민연금, 고령화 대책, 사회안전망, 재정 전망 등 정부의 각종 중ㆍ장기 정책의 기본 자료로 활용된다. 오차가 나면 정책 수립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2008년 국민연금 개편 때 정부는 2006년 인구추계를 근거로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도록 바꿨다. 인구추계치가 1~2년만 달라도 연금이 차이 나는데 12년은 말할 것도 없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채 갈등을 겪는 것도 올바른 통계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엉터리 통계의 재생산을 막으려면 담당 인력의 전문성 제고는 필수다. 통계 업무와 무관한 경제부처 간부나 힘센 기관 출신이 통계청장 자리를 꿰차는 인사 관행부터 바꿔야 한다.
인구추계가 바뀌었다고 저출산ㆍ고령화란 구조가 달라지진 않았다. 그나마 인구 정점 시기가 늦어진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새 추계에 맞춰 복지ㆍ주택ㆍ노동 정책 등을 다시 짜야 할 텐데 이번 추계는 오류가 없는지 불안하다. 통계청은 스스로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출산ㆍ사망ㆍ국제이동 등 인구변동 요인의 수준을 중위ㆍ고위ㆍ저위의 3개 시나리오로 작성해 제시했다. 정부는 통계청에만 맡겨두지 말고 전문가들과 함께 인구주택총조사와 장래인구추계를 종합 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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