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고참의 조언을 받아 젊음으로 세계 시장을 제패하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012년 삼성 사장단 인사를 최종 결정하면서 내린 특명이다.
삼성이 7일 부회장 승진 2명으로 '중핵 경영진'을 보강해 '시니어 리더십'을 강화했고 해외시장 개척이나 네트워크가 탄탄한 사장들을 중용한 것이 바로 이를 반영한 것이다.
우선 삼성전자에서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권오현 DS사업총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킨 데는 삼성전자를 세트와 부품, 투 톱 체제로 본격가동시키겠다는 의중이 반영됐다.
권 사장은 삼성전자에 '세계 최초'개발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했던 주인공으로 일본을 제치고 시스템반도체를 세계 10위권 내에 진입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이에 따라 TV 등 세트는 최지성 부회장이, 그리고 부품은 권 부회장, 대외협력 및 글로벌시장개척 등에는 중국삼성에서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강호문 부회장이 조력을 담당하게 된다.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정 사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재직 7년간, 그리고 삼성물산(건설부문)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인용 삼성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사업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공헌할 수 있는 뉴 리더에 시니어들의 해외시장 개척 경험을 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장 승진자도 글로벌 시장개척 능력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다.
개발담당임원으로서 처음 사장자리에 오른 이철환 삼성전자 부사장은 사장은 향후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삼성의 절대주도력을 확보하라는 임무가 부여됐다.
삼성전기 최치준 대표이사 사장 내정자는 삼성전기 최초의 내부 승진 사례로 삼성전자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에서 CEO후부군이 충분히 양성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에서 세트와 부품 모두를 경험한 박종우 사장을 제일모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옮긴 것은 패션에서 전자소재와 케미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제일모직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자소재, 케미칼 기업으로 육성하는 뜻이 담겼다고 삼성은 강조했다.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이 삼성엔지니어링으로 이동시킨 것도 주목대상이다. 삼성은 김 사장이 제일기획과 제일모직에서 주로 글로벌 시장개척 및 기획, 네트워크 담당을 했기 때문에 엔지니어링을 글로벌 기업군으로 도약시키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인사가 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 김창수 삼성물산 부사장은 삼성화재 대표이사에 내정해 국내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물론이고 해외사업 진출을 가속화하도록 했고 김봉영 삼성SDS사장은 에버랜드 사장으로 승진, 발령낸 것은 선진 경영관리시스템 구축 경험을 토대로 안정적인 수익원 창출과 경영혁신을 지속추진하라는 이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삼성은 부연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012년은 세계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 회장의 말씀대로 글로벌 시장 개척 능력이 인사의 주요 기준이었고, 사장단 평균 나이가 56.3세에서 55.8세로 낮아졌지만 어려운 경제시기일 때일 수록 경험자들의 조력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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