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의도에 자신의 성을 딴 '윤(尹) 경제연구소'를 열었다. 지난 5일 오후 반 년 만에 만난 그는 건강해보였다. 등산을 다녀 검게 그을린 얼굴과 짧게 친 머리카락에서 반짝반짝 윤이 났다. 걸어서 5분 거리의 헬스클럽에 틈나는 대로 나가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했다.
사무실 곳곳엔 지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를 기록한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윤 전 장관은 "돌이켜 생각해도 G20은 한국에 참 큰 기회가 됐다"고 했다. "포옹이 일상적인 서양식 인사법이 난감했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된 크리스틴 라가르드 전 프랑스 재무장관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위기 극복'의 아이콘인 그가 퇴임한 뒤 공교롭게도 경제는 다시 요동치고 있다. 거리에선 연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다. 백전노장의 훈 수 한 마디를 청했지만 윤 전 장관은 손사래를 쳤다. 다만 "한국은 통상으로 먹고 사는 나라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며 입매에 힘을 줬다.
연구소를 "지인들과 경제동향을 살피는 사랑방"으로 여겨달라는 윤 전 장관. 현 경제팀에 부담이 될까 한사코 말을 아끼면서도 그의 책상엔 로버트 라이시의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와 레너드 제이콥슨의 '현존'이 함께 놓여있었다. 전자는 2008년 금융위기가 남긴 고민들을, 후자는 지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담은 책이다. 전장(戰場)의 피로가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한국 경제를 진두지휘하던 노장의 심중은 어느새 다시 전선(戰線)에 가 있는 듯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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