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칠레산 와인 '몬테스 알파'는 현지에서 7~8달러면 살 수 있다. 수송 비용을 고려해도 수입 원가는 1만원 언저리다. 한데 국내에선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을 4만4000원은 줘야 마실 수 있다. 특급호텔에선 8~10만원까지 값이 올라간다. 역설적으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뒤엔 가격이 오히려 24%나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4일 이렇게 와인 값을 올리는 주범이 복잡한 유통 단계라고 보고, 주류 수입업자에게 적용해온 '겸업 금지' 및 '소비자 직접 판매 금지' 규정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83년 관련 규정을 도입한 이후 30여년 만이다.
규정이 바뀌면, 내년 1월부터는 와인이나 위스키 등 주류 수입업자들도 국세청에서 면허를 받아 소비자에게 직접 술을 판매할 수 있다. 수입 후 도매상을 거쳐 백화점이나 마트, 호텔로 이어지던 중간 유통 단계를 건너 뛰고,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재정부는 이를 통해 30% 이상 와인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전 주세법시행령과 주세사무처리규정은 주류 수입업자에게 제조ㆍ유통ㆍ판매업 등 다른 영업을 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수입업자들은 수입 주류를 무조건 도ㆍ소매업자에게 넘기거나 별도 유통법인을 세워 소비자에게 판매해야 했다.
김종옥 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수입 주류의 유통 과정을 들여다보니 유통 규제가 수입 와인의 값을 올리는 요인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관련 규정을 손질하면, 거래 단계가 줄고 경쟁이 유발돼 수입주류 가격 하락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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