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바다부터 식탁까지 책임진다'..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8초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 '마린하베스트'의 양식장 직접 가보니..

'바다부터 식탁까지 책임진다'..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 '마린하베스트(Marine Harvest)'의 양식장 모습.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차로, 또 배로 30여분 떨어진 소트라(Sotra)에 있는 이 양식장에선 연어 63만7000여 마리가 자라고 있었다.
AD


[소트라(노르웨이)=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투-둑, 투-둑."

빗소리가 들려온다. '투둑'하는 소리가 더 잦아든다. 빗방울이 굵어지는가 싶어 고개를 돌려보니 물속에서 뭔가 튀어 오르는 소리다. '투둑'. 은색 빛깔을 띤 물고기 한 마리가 모습을 내비쳤다가 금세 사라진다. 연어다. 이내 곳곳에서 '투둑' 소리가 들린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업체 '마린하베스트(Marine Harvest)'의 연어 양식장 풍경이다.


지난 23일 오후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차로, 또 배로 30여분을 가면 만날 수 있는 소트라(Sotra)의 '마린하베스트' 연어 양식장을 찾아가 봤다. '수산물 대국인 노르웨이답다.' '마린하베스트'의 양식장을 직접 본 느낌은 이랬다.

품질을 고려해 좋은 알을 선별하는 것에서부터 연어가 다 자랄 때까지의 과정을 꼼꼼하게 살피는 그 정성이 대단했다. '바다에서 식탁까지를 모두 관리한다'는 '마린하베스트'의 그리고 노르웨이 당국의 원칙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먹구름과 비바람. 이날 날씨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거센 비바람 사이로 늘어선 가두리를 세보니 왼쪽과 오른쪽으로 각각 7개씩, 전부 14개였다. 한 가두리가 100평은 족히 넘어보였다. 저 멀리 끝에 보이는 가두리를 내다보려는 찰나 비가 더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바람 때문에, 비 때문에 눈을 가늘게 뜨고서야 겨우 가두리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비가 이렇게나 많이 내리는데도 양식장 수면은 비교적 잔잔했다. 바다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면이 이만큼 잔잔할 수 있는 건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노르웨이 바다의 특성 때문이라는 게 이곳의 책임자 할도르 슬토이(Haldor Syltøy)의 설명이었다. 그는 이 잔잔한 수면 덕분에 품질이 뛰어난 연어를 생산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바다부터 식탁까지 책임진다'..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노르웨이 수산물 수출 위원회(NSEC) 한국 담당 이사인 헨릭 엔더슨(Henrik V. Andersen)이 양식장에서 갓 건져올린 연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설명을 마친 할도르 슬토이가 어느샌가 뜰채를 가지고 다시 나타났다. 가두리에 뜰채를 담갔다가 올리자 연어가 제 모습을 오롯이 드러낸다. 50cm 크기에 은색 빛이 선명한 연어였다. 그가 내민 연어를 건네 받아보니 생각보다 꽤 묵직한 느낌이었다.


이 연어는 지난 4월께 이곳으로 온 것인데 처음엔 75g이었던 게 이젠 1.5kg 남짓까지 컸다고 했다. 미끈하고 물컹한 느낌. 손을 타고 전해 오는 이 느낌이 어딘가 모르게 힘 있고 신선하다.


연어를 손에서 놓고 난 뒤에도 비릿한 바다 냄새는 한참을 갔다. 4~5시간이 지나서야 희미해진 냄새는 묵직했던 그 느낌을 자꾸만 생각나게 했다. 힘차게 뛰어오르던 연어의 건강한 모습도 함께 말이다.


'바다부터 식탁까지 책임진다'..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마린하베스트'의 연어 양식장 전경.


'마린하베스트'의 이 양식장에 있는 연어는 모두 63만7000마리 가량이다. 이들 연어는 내년 8월부터 12월 사이에 상품화될 예정이다. 그 때쯤이면 연어는 좀 더 무거워져 5kg 정도까지 나가게 된다. '마린하베스트'가 이렇게 키워내는 연어는 이 양식장에서만 3500t(2년 기준)에 이르며, 전체로는 29만8000t(2010년 기준)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 미국, 캐나다, 유럽 등 50여개국에 매년 연어 수만t을 수출하는 '마린하베스트'의 힘. 손에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 힘 있고 싱싱한 느낌을 전하는 이들 연어의 비밀은 같은 날 찾은 애스코이(Askøy)의 새끼 연어 생산 공장에 있었다.


'바다부터 식탁까지 책임진다'..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노르웨이 애스코이(Askøy)에 있는 새끼 연어 생산 공장에서 모양과 색 등을 따져 골라낸 좋은 연어알들의 모습.


1964년부터 치어를 단련하는 일 등을 시작한 이 공장에선 좋은 종자를 고르고 수정하는 일, 그 가운데서 다시 좋은 알을 골라내는 일, 다음 세대 엄마, 아빠 연어를 만드는 일 등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공장 책임자를 따라 공장을 한 바퀴 둘러봤다. 엄마 연어들이 주기에 따라 알을 낳을 수 있도록 하는 시설과 아빠 연어로부터 정자를 얻어내는 시설, 알을 모양과 색 등에 따라 좋고 나쁜 것으로 구분하는 시설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날은 특히 3~4년 뒤면 엄마, 아빠가 될 연어들의 알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는 날이었다. 여기엔 연어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그 과정 전체를 철저하게 따지고 책임지겠다는 '마린하베스트'의 철학이 녹아있다.


'바다부터 식탁까지 책임진다'..노르웨이 연어 양식장 새끼 연어 공장에서 좋은 연어알을 선별해낸 뒤(왼쪽) 그 알들을 따로 보관통에 넣는 모습(오른쪽).


공장과 양식장의 이곳 저곳을 돌며 작은 것 하나까지 설명을 아끼지 않았던 책임자에게서 수산물에 대한 '마린하베스트'의, 나아가선 노르웨이의 고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다에서 식탁까지 책임진다'는 고집이 바로 그것이다. 전 세계 연어 생산량의 36%를 책임지고 있는 노르웨이의 힘은 여기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닐까.




소트라(노르웨이)=성정은 기자 jeu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