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준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 전망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2012년에는 정치 이슈가 금융시장의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프랑스, 핀란드 등에서 대선이 예정돼 있으며 이탈리아의 조기 총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을에 정권 이양이 확정될 전망이다.
22일 박희준 미래에셋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중요 선거가 많다는 것에 대해 올해 초에는 경기나 증시에 기회 요인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많았다"며 "하지만 당초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 경기 여건이 좋지 못하게 되자 선거가 많다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 불안에 대한 부담감으로 작용하게 됐다"고 진단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11월에 대선 예정이며, 경기 여건상 민주당의 집권 연장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집권 3·4년차에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 정권 연장의 필요 조건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3년차인 올해 경제 성장률은 2년차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고 언급했다. 또 정권 연장 성공 사례의 4년차 최저 성장률은 3.5%인데, 오바마 대통령의 4년차인 내년 미국 경제의 예상 성장률 컨센서스는 2%대 초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불리한 환경에서 민주당은 경기 회복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9월에 발표한 4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확정 지으려 할 것"이라며 "동시에 경기 회복 실패를 공화당 탓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은데 민주당의 전략이 후자 쪽으로 쏠릴수록 대선이 경기 회복에 기여할 여지는 줄어든다"고 판단했다.
내년 4월과 6월에 각각 대선과 총선이 있는 프랑스도 정치가 주요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0년간 정권 교체는 1981년 우파에서 좌파로, 1995년 좌파에서 우파로 바뀐 두 차례뿐인데 두 시기의 공통점은 경기가 좋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현재 프랑스는 집권당 교체의 가능성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년 20년만에 대선과 총선이 겹친 우리나라의 상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1992년과 2002년 양대 선거가 있었던 두 해에는 상대적으로 서비스 경기가 견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1992년에는 2차 오일쇼크 이후 경기가 가장 나빴던 준 리세션 상황이었는데, 서비스업은 금융업과 정보통신업이 높은 성장률을 유지했고 공공 서비스 부문이 정책적 지원 등에 의해 견고하게 버티면서 전체적으로 성장세 둔화폭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선거로 일각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건설투자가 진작되는 등의 효과를 발견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두 해 동안 건설업이 워낙 나빴던 데다가 건설 기성액에 2~4분기 선행하는 경향이 있는 건설수주가 작년 말 이후 최근까지 완만한 오름세를 띠었기 때문에 양대 선거와는 무관하게 국내 건설 투자가 내년에 조금 나아질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제조업 내에서는 양대 선거가 있었던 1992년, 2002년에는 제지 산업 생산 증가율이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두 해 모두 종이·펄프 생산은 제조업 총생산 증가율을 크게 압도해서 선거 특수가 뚜렷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1 차금속, 화학, 담배 등의 생산 증가율도 두 해 모두 제조업 평균치를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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