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11번가와 낚시터의 공통점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훌륭한 낚시꾼은 떡밥을 아끼지 않는다."
낚시를 좋아하는 아버지가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말이다. 아버지는 좌대에 앉아 떡밥을 뭉친 후 그것을 큼지막하게 잘라 낚싯대를 들일 곳에 마구 던져 놓곤 했다. 주변의 고기를 낚싯바늘 근처로 끌어 모으기 위한 조사(釣士)들의 '기본기술'이라는 것.
그런데 어느 날 사단이 벌어졌다. 한 유료 낚시터 주인이 대량 떡밥투하 신공을 발휘 중이었던 아버지를 제지 하고 나선 것. 무지막지한 떡밥 던지기 때문에 낚시터 물이 오염된다는 게 그 이유다. 그날 아버지의 성적표는 역대 출조 중 최하 수준이었다.
얼마 전 '쇼핑몰 후기'가 인터넷 검색어 순위 최상위에 랭크됐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 상품 설명의 하단에 남기는 '쇼핑 후기'가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문제가 된다는 보도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 업계에서 '후기'는 떡밥이다. 미사여구로 치장된 광구 문구 보다는 '나와 같은 구매자'가 남긴 칭찬들이 잠재적 구매자들을 실구매자로 돌리는 방아쇠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선정적인 쇼핑몰 후기가 한번 뜨면 낚시터 고기가 떡밥에 몰려 들 듯 방문자가 급증한다. 쇼핑몰 입장에서 이 보다 좋은 홍보 수단은 없다.
G마켓, 옥션, 11번가 같은 대형 인터넷 쇼핑몰에 입점한 판매자들이 고객을 끌어 모이기 위해 '구매 후기'를 조작한다는 사실은 그 바닥 사람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판매자가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이용해 자기가 파는 물건을 산후에, 칭찬으로 도배된 구매 후기를 다는 것이다. 좋은 말만 있으면 들킬 수 있으니까 사이사이에 건전한 비판이나 전혀 의미 없는 후기를 남기는 용의주도함은 조작의 기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기'에 가까운 행위다. 날고 긴다는 대형 인터넷쇼핑몰들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이미 알고 있는데도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다. 판매자가 많이 팔아야 수수료가 많이 떨어지니 웬만한 떡밥 질은 봐주는 것.
쇼핑몰 측과 판매자들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서 한동안 고객을 붕어 취급하던 이런 행위는 요즘 들어 빛이 바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물고기와 달라 구매후기라는 떡밥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다시 과거의 기억으로 되돌아가 보자. 고기가 많이 잡혀야 손님들이 많을 텐데 왜 그 낚시터 주인은 아버지의 떡밥던지기 신공을 제지 했을까?
마구 던져대는 떡밥 덩어리들 때문에 낚시터 물이 엉망이 되면, 결국엔 손님들마저 사라져버리게 된다는 지극히 간단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훌륭한 낚시꾼은 떡밥에 의지하지 말아야 하고, 좋은 낚시터는 낚시꾼들을 가려 받아야 한다. 요즘 파워블로거 들에게 철퇴를 내리친 당국의 눈길이 행여 쏠리기 전에 대형 인터넷 쇼핑몰 들도 낚시꾼 단속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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