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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이야기] 바다 한가운데서 원유 뽑아내는 ‘거대 구조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3초

반잠수식 시추선


[배 이야기] 바다 한가운데서 원유 뽑아내는 ‘거대 구조물’ 삼성중공업이 2010년 건조한 반잠수식 시추선 '폴라 솔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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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해저 자원광물 개발 소식이 나올 때마다 자료 화면 또는 사진에는 거대한 다리 위에 설치 된 섬 같은 건조물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니, 지난해 4월 20일 미국 멕시코만에서 폭발한 석유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를 떠 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겠다.

딥워터 호라이즌호와 같은 원유 시추를 전담하는 해양 플랜트를 ‘반잠수식 시추선’이라고 부른다. 시추 설비는 실제로 지표면을 뚫고 유전에 도달하기까지 드릴링을 담당하는 설비로 반잠수식 시추선과 더불어 올 들어 국내 조선 빅3가 수주를 휩쓸고 있는 드릴십, 플랫폼 등이 있다.


[배 이야기] 바다 한가운데서 원유 뽑아내는 ‘거대 구조물’ 한국 최초의 석유시추선 두성호. 현대중공업이 건조했다.


반잠수식 시추선은 말 그대로 시추(Drilling)의 기능을 가진 반만 바닷물에 잠기는 형태의 선박을 말한다. 선박 형태로 건조된 드릴십이 엔진을 갖춘 덕분에 이동성이 뛰어난 반면 반잠수식 시추선은 엔진을 갖추고 있지 않아 바지선에 의해 이동된다. 대신 한 장소에서 장기간 운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반적인 시추선과 판이하게 다른 모양을 갖게 됐다.


즉, 선체의 일부가 가라앉고, 파도에 부딪치는 부분은 다리 형태로 돼 있기 때문에 선박에 비해 물에 닿는 면적이 매우 작아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아 수직 운동이 크게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선박에 비해 풍랑이 심한 해역에도 투입될 수 있다.


[배 이야기] 바다 한가운데서 원유 뽑아내는 ‘거대 구조물’ 반잠수식 시추선 구조


반잠수식 시추선은 크게 ‘데릭(Derrick)’과 ‘상부 데크(Upper Deck)’, ‘컬럼(Coliumn)’, ‘폰툰(Pontoon)’ 등으로 구성된다.


가장 아래 부분에 있는 ‘폰툰’은 반잠수식 시추선의 ‘발’ 역할을 하는 구조물로, 시추선이 바다에 떠 있을 수 있도록 부력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시추선이 이동할 때에는 폰툰의 상부가 약간 노출되지만, 시추 작업 중에는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완전히 바닷물에 잠긴다.


폰툰 내부는 여러 가지 탱크로 구성되는데, 대부분이 밸러스트(Ballast, 바닷물을 넣어 선박의 균형을 잡는 것)를 위한 탱크로 사용된다. 외부에는 자동위치제어(Dynamic Positioning)을 위한 쓰러스터(Thruster)와 선체의 외판이 해수에 의해 부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기를 흘려주는 장치(ICCP)가 설치된다.


폰툰과 상부 갑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컬럼’은 물에 닿는 면적을 줄여 파도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개의 기둥 형태로 나눠 연결됐다. 컬럼이 4개나 6개인 모델이 대표적이며, 그보다 많은 수의 컬럼으로 설계된 모델도 있다.


컬럼 내부 아래쪽은 폰툰과 마찬가지로 밸러스트 탱크로 사용되며, 상부는 시추에 필요한 기름 등이 저장되는 탱크로 사용된다. 폰툰과 폰툰 사이, 컬럼과 컬럼 사이, 폰툰과 상부 갑판 등을 연결해 반잠수식 시추선을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 주는 ‘브레이스(Brace)’도 설치돼 있다.


컬럼 상부에는 ‘상부 갑판’이 위치했다. 이 곳에는 시추에 필요한 각종 장비들이 설치되며, 시추 작업을 위한 작업공간 등도 이곳에 위치했다. 전체적으로 박스(Box)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시추 작업이 가능하도록 가운데에는 ‘문풀(Moonpool)’이라는 구멍이 뚫려 있다.


[배 이야기] 바다 한가운데서 원유 뽑아내는 ‘거대 구조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반잠수식 시추선 웨스트 피닉스호의 데릭 상부


문풀 상부에는 ‘데릭’이라는 구조물이 설치됐다. 송전탑과 유사하게 생긴 데릭은 트러스(Truss, 직선부재를 3각형 또는 5각형으로 조립한 구조재) 구조로 돼 있으며, 시추 작업시 굴착 파이프(Drilling Pipe), 케이싱(Casing, 시추작업시 해저에 구멍을 뚫어도 지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구멍주위에 설치하는 파이프), 라이저(Riser, 해저에서부터 선박 또는 Rig 사이에 있는 일련의 파이프) 등 해저로 내려지는 것들을 연결하고 잡고 있는 역할을 한다.


상부 갑판 한쪽에는 ‘거주구(Living Quarter)’가 자리잡고 있다. 말 그대로 작업자들이 살아가는 공간으로, 잠자는 공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해상에 오랜 기간 머물러야 하는 작업자를 위해 영화관, 체육관, 커피숍 등 각종 오락 공간들도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크린골프장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하는 선주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기타 주요 설치품으로 상부 갑판 외부에는 비상시 위험상황에서 작업자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구명정(Life Boat)’이, 시추를 위한 장비 등을 조작하고, 외부에서 조달되는 물자를 시추선으로 올리기 위한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도록 ‘크레인(Crane)’도 여러 대 설치돼 있다.


[배 이야기] 바다 한가운데서 원유 뽑아내는 ‘거대 구조물’ 대우조선해양이 건조중인 반잠수식 시추선 '3026호' 오는 8월 10일 멕시코 그룹 알(Group R)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편, 반잠수식 시추선은 자동차 모델 중 그랜저, 소나타처럼, 각 엔지니어링사마다 고유의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보유 모델을 기준으로 선주의 요구사항에 따라 설계를 변형시켜 건조를 하게 된다.
<자료: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성동조선해양·한진중공업>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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