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지루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뚜렷한 해결점이 나오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는 탓이다. 17일 역시 코스피는 사흘 만에 상승하며 1870선을 회복했으나 거래는 극도로 부진했다. 이날 거래대금(4조6669억원)은 지난해 11월29일(4조6114억원) 이후 약 일 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을 머뭇거리게 하는 것은 아직도 자욱한 '유럽발 안개'다. 덩치 큰 이탈리아가 망가지면 모두 끝장이기 때문에 무너지게 둘리 없다는 것이 시장 컨센서스지만, 결정적인 '위기 대처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등 포괄적인 대책의 실질적인 진전 없이는 위기감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유럽중앙은행(ECB)'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금은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중앙은행이 문제 국가들의 국채 매수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시장 참여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산 건전성 훼손, 도덕적 해이 초래 등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에 따른 부작용은 많겠지만, 전면적 개입 외에 유럽 재정 위기의 불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평가다.
김 팀장은 "이탈리아는 부채 규모가 너무 커 구제 금융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이탈리아인 스스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긴축을 이끌어 낼만한 정치적 리더십 문제로 귀결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역사적으로 긴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강했고, 정당 난립으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오지 못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를 떨어트리기 위해서는 ECB의 개입이 얼마나 심리적 부담감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이탈리아의 내각이 바뀌었다고 해서 상황이 급진전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문제를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ECB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금리를 방어해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ECB가 유럽연합 국가들의 국채를 사주는 시점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간 채권 스프레드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ECB의 매입규모가 줄면서 스프레드가 다시 증가하고 있어, ECB가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얼마나 빨리 잘 끌지가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yr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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