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매달 150만원을 받는 중소기업 직장인 박모(28)씨는 월 4만2000원의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고 있다. 직장 동료인 하모(36)씨도 같은 월급을 받기 때문에 같은 금액을 보험료를 부담한다. 하지만 하씨는 자신이 보유한 상가에서 매월 4400만원, 연 5억2800만원의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
내년 9월부터 고액의 임대·사업 등 종합소득을 보유한 경우 직장가입자라도 종합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됨에 따라 이 같은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하씨는 기존 보험료 외에 124만원의 추가 보험료를 합쳐 매달 128만2000원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15일 직장인이라도 월급 이외에 7000만∼8000만원 이상 고액의 종합소득이 있으면 별도의 건강보험료를 내고,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기준에 연금소득과 기타소득 등 모든 종합소득을 반영하는 내용의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9월 '2020 보건의료 미래비전'의 후속조치로, 고액 임대·사업 등 종합소득 보유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반면 취약계층의 부담은 줄여 '능력에 따른 보험료 부담'이라는 취지를 살리는데 주안점을 뒀다.
복지부는 우선 근로소득 이외에 고액의 임대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가 부과됐다. 때문에 빌딩·상가 소유주, 대주주 등 월급 외 종합소득이 있는 고소득자가 직장가입자인 경우 월급이 소득의 전부인 일반 직장인 보다 전체 소득대비 부담하는 보험료가 적은 '역진성'이 발생했다. 또 일부 재력가들은 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위장 취업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근로소득을 제외한 연 소득이 약 7000만~8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자의 경우 직장인이라도 월급 이외 종합소득에 별도로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종합소득이 소득세 누진세율 최고구간인 연 88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정하면, 약 153만명의 종합소득 보유 직장인 가운데 약 3만명이 새로운 부과대상이 된다. 이들은 평균 월 58만2000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며, 약 2072억원의 건보료 수입이 추가로 발생한다.
부과 대상을 종합소득이 연 7200만원 초과인 경우로 정하면, 약 3만7000명이 월 50만3000원의 보험료를 내야하며 이 경우 건보료 추가 수입은 2231억원으로 추정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상자는 정책 수용성 등을 고려해 고소득자에 대해 우선 적용하되 향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은퇴했거나 직장이 없지만 연금 등 기타 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에 '무임승차'도 막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사업소득이 없거나 금융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연금 수입이 월 수백 만 원에 달하고, 4000만원 이하지만 상당한 금융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록해 보험료를 회피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연금소득과 금융소득 등 기타소득을 합산한 금액이 4000만원 이상일 경우 피부양자 인정요건에서 제외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물릴 방침이다. 소득 종류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부담능력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이 경우 약 7600만명의 피부양자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고, 월평균 19만6000원의 보험료를 낼 전망이다. 이로 인한 예상 건보료 수입은 연간 180억원에 달한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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