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円… 엔高 방어 마지노선?
79.20엔 미스테리.. "납득할 때까지"와 발음 같아서란 농담도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지난 10월31일 외환시장에 개입한 이유는 중소 수출기업들의 자금줄을 뚫어주려는 조치였다고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엔 매도·달러 매수에 나선 일본 외환당국이 이날 하루에만 7조5000엔을 시장에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은 “이날 달러·엔 환율 동향에서는 좀 특이한 점이 있었다”면서 “시장개입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것이 보통인데, 오후 들어 환율이 달러당 79.20엔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을 오전 11시40분부터 2시55분까지 세 시간이 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조용한 움직임이 절대 우연이 아니며, 일본 재무성이 특별한 목적에 따라 이날 오후에도 달러 매수를 계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개입 전까지 달러·엔 환율이 연일 역대최저치 기록을 경신하는 등 엔 강세가 심화되면서 환율 변동을 신속히 따라잡기 힘든 중소 수출업체들의 자금융통이 어려워지자 이를 해소하는 조치였다는 것이다.
당시 환율이 달러당 79.20선을 유지하는 시간 동안 중소업체들은 회계연도 당기결산에 맞춰 수출로 조달한 달러를 시장 개입 전에 비해 약 5% 더 유리하게 엔화로 환전할 수 있었다. 한 외환딜러는 “이날 BOJ는 마치 땅에 버티고 선 채 유성우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거인 같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설명은 지금까지 일본 당국의 개입 동기가 주요 기업들의 시장개입 압박에 따른 조치라는 해석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엔고에 따른 타격이 큰 일본 자동차업계 등은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무제한 시장개입과 유로화 페그(환율고정) 선언으로 스위스프랑화 강세를 진정시킨 것처럼 BOJ도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마모토 마사후미 바클레이즈캐피털 수석투자전략가는 “일본은 외환시장에 풀 자금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스위스처럼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외환당국 관계자들도 달러·엔 시장은 유로·스위스프랑보다 훨씬 규모가 크기에 SNB식의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시장 전문가들은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은 전면적인 달러·엔 환율 유지보다는 수출기업들이 필요할 때마다 적정한 수준으로 환전할 시간을 제공하는 쪽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10월31일 오후 1시 이후부터 일본 수출업체들의 엔 매입주문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트레이더들은 전했다. 우치다 미노리 미쓰비시UFJ 선임 애널리스트도 “최근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대기업이기보다는 개입의 ‘약발’이 지속되는 동안 엔 절하 효과를 본 중소 수출기업들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왜 달러당 79.20엔이었느냐에 대해서는 트레이더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수출기업들은 달러당 79엔을 적정 최고수준으로 판단해 왔다. 한 외환시장 선임트레이더는 “환율이 달러당 79엔에서 0.20엔 더 유지되면서 수출업체들은 연말을 앞두고 79엔선 이상에서 더 유리하게 선물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일부는 달러당 80엔 직전까지만 밀어올린 것에 대해 “80엔 이상을 넘기면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업계에서는 당시 아즈미 준 재무상이 “납득할 때까지” 개입하겠다고 언급한 것에서 “낫토쿠이쿠마데”라는 일본어 발음이 79.19의 일본어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었겠느냐는 농담도 나돌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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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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