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유럽 제외한 통신사업 전망 밝다"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유로존 부채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럽 경제도 위축되고 있지만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영국 보다폰은 오히려 올해 실적전망을 더욱 끌어올렸다. 남부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성과를 거둔 데다 미국·인도 시장의 매출 증가세도 뚜렷히 나타나면서 보다폰은 유로존 재정위기의 역풍을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고 있다.
2008년부터 보다폰을 이끌고 있는 비토리오 콜라오 최고경영자(CEO)는 “전세계 주요 시장의 대부분에서 시장점유율이 커졌다”면서 “데이터통신 시장, 신흥국 시장, 기업용 네트워크 시장 등 핵심 영역에서 건실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보다폰은 8일 실적발표를 통해 올 회계연도 상반기(4~9월) 영업이익이 60억파운드, 매출이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4.1% 증가한 235억파운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전문가들이 예상한 234억파운드를 웃돈 성적이다. 이에 힘입어 보다폰은 올 회계연도 영업이익 전망을 114억파운드에서 118억파운드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5월에 발표했던 영업익 예상범위 중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하는 것이다.
2분기 서비스매출 증가세는 1분기 1.5%에서 둔화된 1.3%를 기록했다.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으로 유로존 부채위기 여파가 확산되면서 가계지출이 줄어든 것이 남부 유럽국가 통신시장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예상치 1.1%는 넘어섰다. 콜라오 CEO는 “극복해야 할 난점도 분명히 있지만, 남부 유럽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지역 사업전망은 여전히 양호하다”고 강조했다.
콜라오 CEO는 “심각하게 부진했던 곳은 스페인 뿐이었다”면서 “스페인 실업률이 유럽에서 가장 높아 통신가격 조정 압력이 크며 사업구조도 재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서도 자산가치 상각으로 4억5000만파운드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콜라오는 “이미 지난 회계연도에 그리스 사업부서의 자산가치가 8억파운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브레시아에서 태어난 콜라오는 밀라노의 명문 보코니대학교를 졸업해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이수했다. 모건스탠리 투자은행부문 런던지사에서 첫 경력을 쌓은 그는 1986년 매킨지앤컴퍼니 밀라노지사에서 미디어·텔레콤 분야를 전담했고, 1996년 이탈리아 통신업체 옴니텔프론토이탈리아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자리를 옮긴 뒤 옴니텔이 보다폰에 인수되면서 개명된 보다폰이탈리아의 CEO를 역임했다.
2001년 남유럽지역 사업부 총괄을 거쳐 2002년 보다폰 그룹 이사까지 승승장구한 콜라오는 보다폰의 CEO자리까지 노렸지만 친구인 인도 출신 아룬 사린에게 밀려났고 추진해 왔던 불가리아 통신시장 진출까지 좌절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콜라오는 보다폰을 떠나 이탈리아 1위 출판업체 RCS미디어그룹에서 CEO를 맡았지만, 2006년에 다시 보다폰으로 돌아왔고 2008년에 실적부진으로 교체된 아룬 사린 대신 CEO에 취임하게 됐다.
유럽 전역이 부채위기 폭풍의 영향권에 들어간 와중에서도 콜라오 CEO는 준수한 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 콜라오 CEO의 취임 이래 보다폰의 연간 모바일 데이터통신 매출은 50억파운드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전임 CEO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해외투자 계획의 뒷정리도 그가 해결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폴란드 폴콤텔의 지분 24%를 9억2000만 유로에 매각했고 중국 차이나모바일, 일본 소프트뱅크, 프랑스 SFR의 지분도 정리하거나 비중을 줄여 재정 안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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