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의 칼라일, 버크셔 해서웨이, 제너럴 일렉트릭(GE)'이라고 스스로를 끌어 올리는 결코 겸손하지 않은 중국 기업 푸싱그룹이 중국 기업 해외 투자 붐의 주축으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기업이 해외 투자에 막 나서기 시작했을 당시에는 국유기업 위주의 광산업, 에너지 기업 투자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유기업 중심의 해외 투자 바람이 민영기업이나 사모펀드 업계로까지 확산됐고, 투자 부문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중국 기업이 단행한 규모가 큰 해외기업 투자에는 중국 시노펙의 스위스 석유회사 아닥스 페트롤리륨 인수(73억달러), 중국투자공사(CIC)의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지분 9.9% 인수(56억달러), 중국공상은행의 남아공 은행 스탠다드뱅크그룹 지분 20% 인수(55억달러), 얀저우석탄의 호주 탄광업체 펠릭스리소시스 인수(28억달러), 중국화공집단의 노르웨이 태양광업체 엘켐 인수(22억달러) 등이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사모펀드 허니 캐피탈이 해외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하이난 항공의 모회사는 독일 건설회사 혹티프 인수전에 참여중이다.
유엔(UN)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해외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680억달러로 미국 3290억달러에 비해 많이 뒤쳐져 있지만 그 규모가 5년 만에 5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궈광창(郭廣昌·44세) 회장이 이끄는 푸싱그룹도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 열풍 중심에 서 있는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푸싱그룹의 자산은 크게 철강, 광산, 제약, 부동산 등 4개 산업에 분산 투자돼 있다. 회사는 지난해 프랑스 리조트 사업자 클럽메드 지분을 10% 확보했고 올 초에는 그리스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 폴리폴리를 인수해 투자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푸싱그룹은 금융업계에도 손을 댔다. 지난해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과 합작으로 1억달러의 위안화 펀드 설립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올 해 미국 푸르덴셜 파이낸셜과도 6억달러 규모 사모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궈 회장은 WSJ 인터뷰에서 "푸싱그룹의 해외 투자는 더 속도를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푸싱의 해외 기업 인수 시도가 지금까지 100%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푸싱은 이탈리아 명품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보험회사 AIG의 아시아 보험 사업부 지분 인수에도 손을 댔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푸싱의 해외 투자 전략은 화웨이, 차이날코 같이 해외 인수를 시도했다가 번번히 해당 당국의 빈축만 사는 다른 중국 기업과 다르다.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기 보다 중국 시장에 관심이 있는 기업을 공략해 소수 지분만을 인수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푸싱의 정치적 밀착 관계도 중국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궈 회장은 기업인이자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해당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가운데 한명이다.
그의 정치적 감각은 푸싱의 미국 시장 진출에 힘을 발휘했다. '로비스트'로 알려진 토마스 헤일 복스 주니어의 잘 짜여진 인맥을 통해 지난해 초 다니엘 디아니엘로 칼라일 공동 창업자 등과 만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칼라일과의 합작 펀드 설립을 위한 초석을 다질 수 있었다.
푸싱그룹은 1992년 상하이 푸단대학 동기생 4명이 힘을 모아 설립한 회사다. 철학을 전공한 궈 회장은 당시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기 위해 모은 돈 4000달러를 회사 설립 초기자본으로 투자했다.
설립당시 제약업에 초점을 맞췄던 푸싱그룹은 부동산업계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며 1990년대 말 중국의 대표적인 부동산 개발업체 대열에 합류했다. 이후 철강, 광산 국유 기업들의 지분 매입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현재 푸싱은 중국의 대표 민영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매출액 70억달러, 총 자산 210억달러의 규모로 성장했다. 궈 회장의 자산은 28억달러로 중국 부자 순위 20위 안에 든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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