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보유목적 '단순투자'서 '경영참여'로 바꿔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현대백화점이 리바트를 인수할까.
현대백화점이 계열사를 통해 갖고 있던 리바트 주식 보유목적을 최근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바꾼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력강화 차원이다", "경영권방어를 위한 백기사다" 등 말들이 많지만 결국 회사 인수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공시를 통해 현재 보유중인 리바트 주식 197만1420주에 대한 보유목적을 '경영 참여'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이 갖고 있던 리바트 주식수와 합한 것으로 리바트 전체 지분의 11.42%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리바트가 지난 8월 내놓은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경규한 대표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15.62%, 경쟁업체인 퍼시스가 계열사를 통해 13.91% 정도 지분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단체급식·식자재유통 등 식품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그린푸드가 가구업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게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김주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 지주사격인 현대그린푸드가 나섰다는 건 회사가 아닌 그룹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며 "양사간 사업연관성이 크지 않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리바트 경영권을 둘러싼 '설(說)'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시장에서는 이를 더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쟁업체인 퍼시스가 리바트 주식을 대거 사들이자 예전 같은 그룹에 있던 현대백화점은 리바트 주식을 같이 매입하며 백기사 역할을 했다.
경규한 리바트 대표는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퍼시스가 당시 10% 넘게 지분을 산 걸 단순투자로 보기 힘들어 현대백화점그룹에 지분매입을 요청했었다"고 털어놨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일을 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기존에 다른 계열사를 통해 거래가 많았던 만큼 협력강화 차원일 뿐 리바트를 인수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룹 관계자는 "현대그린푸드가 100% 출자한 현대H&S라는 곳이 특판가구 납품 등 관련사업을 하고 있어 협력강화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식보유 목적을 변경하기 전에도 양측간 협력이 공고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리바트는 현대종합목재라는 현대그룹 계열사로 출발한 범현대가 임원으로 사장인 경 대표를 비롯해 주요 임원 가운데 현대 출신들이 많다.
특히 은퇴한 임원들이 리바트 주식을 매각하면서 종업원 지주회사라는 현재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 경 대표와 우리사주를 포함한 우호지분율 1년 전에 비해 5%포인트 정도 떨어진 23.5% 선이다.
현대백화점이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걸 발표 후에야 알았다는 점도 인수설에 힘을 싣는다. 리바트 관계자는 "회사 경영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내부에서 이야기가 있었을 법한데 전혀 사전교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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