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두통약 광고모델 된 까닭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제약회사들의 광고 전략에 특별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가정상비약을 편의점 등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각 제약회사들이 광고컨셉과 모델 등을 교체하며 하반기 일반의약품 시장 공략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 광고모델을 일반인에서 연예인으로 바꾸는 게 대표적 변화다. 약국 대상 마케팅에서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의 전략 수정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전문의약품 시장의 침체 속에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는 것이란 게 각 업체들의 설명이다. 반면 상비약 슈퍼판매 허용 이후를 대비하는 차원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선 대체로 부정한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시기적으로 '우연'인 사례가 너무 많다.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이슈는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선 슈퍼에서 감기약을 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후 불거졌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 변경에 회의적이었지만, 6월 중순 들어 전향적으로 자세를 바꿨다.
논의는 급물살을 타 6월 15일 박카스 등 48가지 일반의약품이 1차로 슈퍼에 풀렸다. 9월 30일에는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까지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는 사이 제약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상비약 슈퍼판매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진통제 타이레놀의 판매사는 매년 해온 소비자 대상 행사를 최근 크게 확대해 치렀다.
또 복지부의 태도 변화를 전후해 광고모델을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연예인으로 바꾼 사례도 알려진 것만 7건에 달했다. 일부 제품은 슈퍼판매 논의와 무관한 종류도 있지만, 최소한 확대되는 일반의약품 시장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 업계 내부 시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풀릴 가정상비약뿐 아니라 기타 건강제품을 한 데 묶어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며 "시장변화에 맞춰 새 전략을 짜는 건 기업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각 제약사들이 이를 극구 부인하는 것은 약국이나 약사단체와 관계가 악화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슈퍼판매에 적극적인 제약사'란 이미지가 형성되면 심할 경우 불매운동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더불어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높아 이에 대비하려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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