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국민영웅으로 추앙받던 수의학자에서 거짓말쟁이ㆍ횡령범으로 전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줄기세포 연구로 불과 2년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 황우석(59) 전 서울대 수의과대학 석좌교수 이야기다.
서울대 석좌교수로 재직하던 2004~2005년 인간 줄기세포 연구로 사이언스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훈장을 받는 등 국내외 명성을 한 몸에 받았던 그다. 그러나 곧 논문조작이 밝혀지며 서울대로부터 파면당해 교수자리를 내놓는 것은 물론 연일 쏟아지던 관심은 걷히고 사기로 지원금을 받고 연구비를 횡령했다며 각종 송사가 그를 맞았다.
그런 그가 5년만에 웃음을 짓게 됐다. 지난 3일 서울대를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청구 항소심서 1심을 뒤엎고 원고승소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서울대 복귀라는 길이 완전히 뚫린 것은 아니지만 최근 동물복제 연구로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황 박사의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 졌다는 분석이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곽종훈 부장판사)는 "주요 데이터 조작이 공동연구를 수행한 미즈메디 산하 연구원에 의해 이뤄져 이런 조작을 황 박사가 간파하기는 어려웠고, 형사재판서 사기로 연구후원금을 받은 혐의는 무죄가 선고된 점 등을 고려하면 총괄 책임자라는 이유로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 처분을 내린 것은 재량권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그동안 후학 양성에 힘써왔고 동물복제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지적대로 그가 이번 소송에서 조금이나마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은 시련에도 불구하고 연구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과를 일궈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법원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국제자원보존연맹(IUCN) 멸종위기등급 주의단계 지정동물인 코요테를 세계 최초로 이종간 체세포핵이식 기법으로 복제해 이를 경기도에 기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그를 다시 살려냈다는 것이다. 2011년 현재 황 박사의 직함은 수암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두문불출의 시간을 거치며 서울대 시절의 제자 등 40여명의 연구진과 함께 멸종위기 동물 복제를 통한 생태계 복원 연구에 한창이다.
하지만 파면처분의 취소에도 불구하고 황 박사가 다시 서울대 교수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면취소가 곧 복직을 의미하지도 않을뿐더러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연구비 횡령 혐의에 대한 상고심이 2심의 집행유예 판결을 확정하면 설령 복직하더라도 당연 퇴직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복제 연구에 힘을 쏟으며 힘찬 재기의 날개짓을 하는 황 박사에겐 교수로서의 신분과 연금수령권 등을 박탈하는 파면 처분이 취소된 것만으로도 적잖은 위로가 될 전망이다. 황 박사는 파면처분 취소 소식을 접하자 곧 통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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