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나라당이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일 조짐이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야권통합후보에게 패하면서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대통령 다음으로 중요한 선출직인 서울시장을 야권에 넘겨준 것은 지난 10년간 서울시정을 이끌어온 한나라당으로선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네 차례의 재보궐 선거와 한 차례 지방선거에서 패배했지만, 총선을 코 앞에 둔 현 시점과는 상황이 다르다. 의원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면서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야권에서 통합 논의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여권에서도 '헤쳐 모여식' 정개개편이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은 홍준표 대표 체제에 대한 책임론이 터져나 올 기세다. 선거 초반 나경원 후보를 반대하다 보수진영에서 내세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스스로 사퇴하자 마지못해 나 후보를 공천하는 등 불안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다.
지난해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한 점과 지난 4.27재보궐 선거 패배 후 안상수 대표도 사퇴한 만큼 홍 대표로서는 당내 사퇴 요구가 일 경우 묵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 일각에선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일괄 사퇴한 뒤 황우여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나 선거대책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은 반MB, 반오세훈 정서"라며 "홍준표 대표를 포함해 박근혜정몽준 전 대표 등 대주주가 모두 참여하는 선대위 체제로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 측에선 나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차이로 참패한 것이 아닌데다, 부산 동구청장 등 서울과 전남북을 제외한 나머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된 만큼 완패는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당 핵심관계자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것이지 민주당에게 진 것이 아니다"면서 "정당정치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잘 살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