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에 웃는 자는 누가 될까. 삼성과 SK가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다. 25일부터 대구구장에서 펼쳐지는 7전 4선승제의 대결은 박빙이 예상된다. SK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삼성은 새로 선임된 류중일 감독의 지휘 아래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체력 비축의 혜택을 누렸다. SK는 이미 포스트시즌에서 9경기를 치러 체력에서 열세를 보인다. 그러나 승패는 9회 3아웃 전까지 알 수 없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경험과 최근 상승세를 앞세워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4승을 먼저 챙기고 우승 깃발을 흔드는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 마해영 IPSN 해설위원의 눈을 통해 2011 한국시리즈의 향방을 미리 내다봤다.
선발
선발진 싸움에서 우세한 건 삼성이다. 더그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 장원삼 등 믿음직한 투수만 7명이다. 이들은 충분한 휴식까지 취해 양, 질에서 모두 SK를 앞선다. 경기감각에 대한 우려는 기우다. 1회만 소화하면 충분히 회복한다. 더구나 SK는 왼손타자가 많지 않다. 물오른 타격감의 박정권만 막는다면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해진다.
SK는 1차전 선발로 고효준을 내세웠다. 이는 선발진 구성의 적신호를 의미한다. 실질적인 에이스 송은범은 오른 팔꿈치 통증에 시달린다. 6일 휴식 뒤 투구에 부담을 느끼는 듯 보인다. 게리 글로버는 끝내 합류하지 못했다. 김광현마저 컨디션 회복에 어려움을 겪어 불펜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만수 감독대행의 가장 큰 고민은 김광현의 활용 여부다. 부담 없는 상황에서 시험 가동한 뒤 선발로 내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에 왼손타자가 많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고효준의 1차전 선발 출격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면 김광현은 이전 구위를 회복할 수 있을까.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큰 부상 뒤의 회복은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투수의 생명은 볼 끝이다. 시속 140km 후반대의 직구를 던져도 그 끝이 가벼우면 장타를 얻어맞기 쉽다. 김광현은 최근 정면승부를 피한다. 도망가는 피칭이 많아지다 보니 경기 운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불펜
SK의 불펜은 여전히 막강하다. 하지만 삼성보다 낫다고 보긴 어렵다. 마무리 오승환은 국내 최고 투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등판 기회가 적었다. 팀이 경기 초반부터 기선을 내준 까닭이다. 올해는 다르다. 매티스, 저마노 등의 가세로 선발진이 안정을 되찾았다. 불안요소도 있다. 왼손투수 가뭄이다. 권혁은 박정권, 박재상 등을 효과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경기서 두 차례 대결은 불가능하다. 여차하면 장원삼 등이 깜짝 투입돼야 한다. 더구나 정현욱, 권오준, 권혁 등은 정교한 투수가 아니다. 한국시리즈는 스트라이크 존이 비교적 좁은 편이다. 타자들이 볼 하나를 더 보고 배트를 휘둘러 충분히 애를 먹을 수 있다.
SK 불펜에도 불안은 있다. 마무리 엄정욱의 기복이다. 구속이 150km 이상이면 타자들은 쉽게 압도당한다. 그러나 140km대 후반일 경우 자주 장타를 허용한다. 마무리보다 중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SK는 투수 전원이 가동될 수 있는 팀이다. 타자들을 운영하듯 전천후 기용이 가능하다. 더구나 불펜은 9경기를 치렀지만 누구도 혹사를 겪지 않았다. 삼성보다 전력은 열세지만 충분히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이유다.
타선
핵심은 1번과 4번이다. 얼마나 수비진을 흔들고 해결사 본능을 드러내느냐에 승패는 좌우될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유리한 쪽은 SK다. 4번의 무게는 비슷하다. 최형우는 정규시즌 홈런왕이다. 박정권의 상승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리드오프. 김상수, 배영섭, 이영욱 등은 모두 정근우를 앞선다고 볼 수 없다. 경험, 도루, 타격 등 모든 점이 그러하다. 더구나 SK는 플레이오프에서 이대호를 효과적으로 막았다. 롯데가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건 다음 타자 홍성흔, 강민호의 부진 탓이 컸다. 삼성의 중심타선은 롯데보다 강하지 않다. 최정, 박정권, 안치용으로 연결되는 SK보다도 이름값에서 떨어진다. SK는 4번 타자 앞뒤에서 해결해주는 능력이 출중한 팀이다. 특히 최정은 타석에 바싹 붙어 자기 스윙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몸 쪽 공에 강점을 보인다. 제구가 몸 쪽으로 치우치면 몸에 맞는 볼도 불사한다. 삼성 마운드가 일사천리로 제압에 실패한다면 경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은 롯데가 장타를 노리다 패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들 역시 많은 타자들이 장타능력을 갖췄다. 아픔은 충분히 옮겨질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건 최형우다. 홈런을 의식할 경우 자칫 타격감을 잃을 수 있다. 왼 손등 골절상을 당하고 최근 복귀한 배영섭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감은 넘치지만 김광현과 비슷한 부진을 겪을 수 있다.
감독
류중일 감독은 이만수 감독대행의 후배지만 지도력은 한 수 위다. 삼성에서 선수 시절을 보냈고 주루·작전·수비 코치를 모두 소화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다. 삼성이 정규시즌 1위에 오른 원동력이다. 눈여겨볼 점은 하나 더 있다. 다른 감독들과 달리 외국인 투수들을 경기에 바로 투입하지 않았다.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며 한국무대 적응을 도왔다. 이는 여유가 아니었다. 매티스와 저마노가 무너지면 한국시리즈 우승이 물거품될 수 있음을 미리 내다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초보 사령탑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노련미다.
이만수 감독대행의 지도력은 한국시리즈 진출의 원동력으로 보기 어렵다. 선수들의 해결능력이 더 빼어났다.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코치진과 자주 소통을 나눈다. “야, 바꿔”였던 풍경은 어느덧 “바꿔야 하는 거 아냐”로 바뀌었다. 대화는 모범답안을 이끌어내는 힘이다. 김상진, 이철성 코치 등은 각자 영역에서 현명한 해결책을 내놓는다. 잇따른 승리에 이 대행의 지도방식은 조금씩 굳혀지고 있다. 여전히 지휘력에서는 부족한 점이 자주 드러난다. 하지만 어떤 분야든 파고들면 전문가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세상의 이치가 그렇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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