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인 작가 1인 부스를 마련해 관람객과 작가가 그림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인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마니프)’가 17회째 열리는 중이다. 마니프는 호텔아트페어나 KIAF(한국국제아트페어) 등 여느 아트페어와는 다르게 화랑이 아닌 작가 중심의 페어라는 점에서 작가의 화업을 살피고 작가와 직접 대화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지난 16일 마니프 행사가 열리고 있는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았다. 세 개 층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각 층마다 원로, 중진,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이 비치돼 있었다. 총 151명의 국내외 작가가 직접 2000여점의 작품을 가지고 나와 판매 중이다.
1층에서 마주한 정경연 작가의 그림이 일단 눈에 띄었다. 무수히 많은 목장갑들을 바탕으로 작가가 바느질을 하고 있는듯한 인물사진과 영상매체가 담겨있다. 캔버스 위에 섬유 등 혼합재료가 주는 질감이 독특한 이 작품들의 이름은 ‘어울림’이라는 시리즈다.
소재적인 다양성은 거울과 LED조명을 이용한 김준기 작가의 ‘반영된 풍경(Seen City)’ 시리즈에서도 도드라진다. 도시와 나무들, 고궁과 현대적 건축물을 사진을 거울에 부착해 새김작업을 하고 그 뒤에 빛을 쏘는 작업이었다. 김 작가는 “내부로부터 바라봄을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 오다 2004년부터 거울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었다. 2009년부터는 거울과 조명을 이용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데 점차 그 소재들이 확대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면회화이지만 가는 선의 수많은 패턴을 그려 넣고 전통 칠공예기법이나 도자의 상감기법을 응용해 판화와 같은 느낌의 그림도 있었다. 이만수 작가의 ‘산조’ 시리즈였다. 동양적이면서도 일러스트 동화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 그림을 보며 관람하러 온 아이들이 연신 “이쁘다”며 감탄했다.
3층에서는 젊은 신진작가들의 작품도 조우해 볼 수 있다.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 중 가장 나이어린 구지은 작가(26)와 이야기를 나눴다. 구 작가의 그림들은 보랏빛과 나무가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자연재해나 사건사고에 대해 민감한 편인데 불안한 세상에서 ‘나무’란 안식과 안정을 주는 기제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번 걸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면서 “어지러운 세상을 방어해주는 든든한 나무와 내면을 표현해보고 싶어 이런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말 몸에 젖소의 얼룩무늬가 그려져 있고, 말 머리위에는 복숭아나무가 자란다. 이 말들은 기암괴석의 무릉도원과 같은 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임근우 작가는 ‘이상향’, ‘불가능한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아날로그적 요소가 향수로만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에 대한 갈망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전시장 복도를 활용해 마련된 공간에서는 ‘회전하는 스테인레스 조각’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딱딱한 금속판들이 모여 마릴린 먼로와 김연아를 연상케 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형상화했다. 거기다 그 설치작품을 회전하게끔 해뒀으니 물결을 이뤄내며 돌아가는 조각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했다. 박찬걸 작가의 작품들이었다.
기자가 만난 작가들 외에도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역량과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들을 내놓고 관람객과 컬렉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더불어 이번 행사에서는 100만원대의 작품들도 소개가 돼 일반인들에게 미술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난 6일부터 현재까지 총 관람객 수는 7600여명으로 집계됐다. 행사는 내일 18일까지 진행된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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