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주 예스24 종합 부문 추천도서 3
바야흐로 본격적인 가을이다. 울긋불긋 단풍은 물이 들어가기 시작하고, 아침 저녁으로 옷깃을 여미지 않으면 찬 바람이 온 몸으로 스며든다.
가을은 또한 독서의 계절이며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넘쳐날 때다. 길고 길었던 여름과 장마철을 벗어나 맞이한 좋은 계절, 그냥 놓치기는 아까운지 서점가에도 김훈, 성석제, 김경욱, 김중혁 등 유명 작가들의 신간 서적 소식이 넘쳐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업 작가는 아니지만 문화 업계에 종사하면서 그들만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포착해 낸 이야기들을 담은 책들의 등장도 부쩍 늘어난 모양새다. 쏟아지는 신간 도서들 중 일상에 묻어 두었던 정서를 자극해 꺼내주고 이 가을을 더욱 진하게 만드어줄 책 세 권을 소개한다.
『책은 도끼다』는 창의력의 전장인 광고계에서 인문학적 깊이가 느껴지면서도 감성적인 광고를 만들어온 저자의 아이디어의 원천을 소개하는 책이다. 저자는 그 원천이 바로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사고와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책읽기를 하라는 것.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봄으로써 '보는 눈'을 가지게 되고 사고의 확장을 이룰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또한 이러한 책읽기를 통해 삶이 풍요로워졌음을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에게 울림을 주었던 책들을 소개한다. 김훈을 왜 좋아하는지, 알랭 드 보통에 왜 빠지는지, 고은의 시가 왜 황홀한지, 김화영, 알베르 카뮈, 장 그르니에, 니코스카잔차키스에 왜 전율하는지. 그리고 '시간'이라는 검증을 거친 고전들의 훌륭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에게 울림을 줬던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 볼 것"을 권한다. 그것이 바로 '창의성'이라며.
여기에 마흔 점의 그림, 마흔 편의 이야기가 있다. 작가는 그림들을 상상의 미술관으로 소환해 한 점씩 걸어보고, 이야기의 파편을 하나하나 조각한다.
얼굴 없는 니케 상부터 인물의 감정과 피로가 선명하게 비치는 루치안 프로이트의 그림까지 김혜리가 주목하는 그림엔 어쩔 수 없이 고독하고 공허한 틈이 많이 엿보인다. 그녀는 풍경화건 인물화건 그 안에서 어떤 심상을 한 움큼 잡아내 책 밖으로 손을 펼치며 공감을 구하는 눈빛을 보내온다. 그 눈빛은 어쩐지 슬퍼 보여, 읽는 이로 하여금 책 속으로 들어가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림 앞과 뒤를 오가게 만든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에게나 아주 작은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명품 가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사치를 부릴 시간 말이다. 정신적으로 가장 큰 사치는 책을 읽는 것, 그중에서도 ‘시’를 읽는 것이 가장 큰 정신의 사치가 아닌가 한다. 시를 읽는 것은 고가의 명품 백이 채워줄 수 없는 영혼의 기쁨과 감탄을 준다.
보그 코리아 10년차 에디터 김지수. 그녀는 배우에서 소설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 한다. 그리고 그 인터뷰가 독자들에게 ‘시’처럼 읽혀지기를 바란다.
오랫동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던 그녀가 이제 그녀를 사로잡았던 인생의 ‘시’들을 고르고 그 시들을 자신의 이야기와 엮어 한 편의 스토리로 만들었다. 인생의 어렵고 힘든 시간들을 지지해주고 그녀를 다정하게 위로해주던 시 50편, 인생의 세밀한 순간들을 포착해낸 명시들이 이 책에 담겨있다.
그녀는 시를 읽으며 오래도록 잊지 못한 지나간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기도 하고, 따뜻하고 다정한 남편과의 사랑을 노래하기도 한다. 일의 신성함과 숭고함을 「생활에게」라는 시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벽」이라는 시에 비유해 사람의 벽을 장미로 부수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김현희 기자 faith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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