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양승태 신임 대법원장이 구속영장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불구속 재판이 명문화된 법의 원칙인 만큼 큰 틀에서 전임 이용훈 대법원장이 강조하던 법정 중심의 재판문화를 강화해나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이념적 차이에 따른 변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법원에서의 진실 발견'을 고수하는 두 전후임 대법원장의 정통 법관으로서의 입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이다.
27일 취임식을 거쳐 15대 대법원장에 오른 양승태 대법원장(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구속 재판은 법에 명문화돼 법원이 따라야 하지만 (수사 현실을 감안해) 구속영장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보석(保釋) 조건부 영장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석 조건부 영장제도란, '주거지 제한, 보증금 공탁' 등의 보석 조건을 미리 정해놓고 구속영장을 발부해 심리가 진행되는 실질 재판절차에선 피고인이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영국ㆍ미국ㆍ독일ㆍ프랑스 등 주요 선진 법원에서 시행중이다.
이에 따르면 구속영장 발부를 통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를 막아 원활한 검찰 수사를 도우면서도, 법적인 판단이 내려질 재판단계에 이르면 불구속 재판의 원칙을 공고히 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충분히 행사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당장 지난 26일 불구속 재판을 요청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주요 참고인과의 접촉을 통한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구속사유로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만큼 보석 조건부 영장제도가 널리 활용하는 조건 중 하나인 '피해자와 참고인 접근금지'조항을 활용할 경우 실질 재판에서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한편, 양 대법원장은 연간 3만6000건에 달하는 상고심과 관련해 이날 취임사에서 "재판은 충실하고 완벽한 심리절차를 거쳐 한 번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 원칙"이라며 1심 법원 판결을 강화할 뜻을 내비춰 원칙을 지키면서도 효율성을 높인 법정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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