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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제약협회, 속터지는 제약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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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제약산업을 위기로부터 구해야 할 제약협회가 사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정부의 전방위적 약가인하 계획의 허점을 공략하기는커녕, 빈약한 논리와 어설픈 대응으로 탈출구를 스스로 봉쇄하는 악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한번 해보는' 생산중단 협박

26일 제약업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가 10월 초 계획하고 있는 '1일 생산중단' 카드가 정부와의 갈등을 촉발시킬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22일 제약협회는 정부의 약가인하 방안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200여개 회원사들이 하루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일 가동중단으로 큰 문제가 생기진 않겠으나 앞으로 제약회사가 '공급중단'이란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신호인 만큼 매우 적절치 못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지부에서는 업계 타격을 최소화 할 여러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협회가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대화 자체가 무의미해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가동중단 결정을 내린 협회 스스로도 "별다른 효과는 없을 것"이라 말하고 있어 업계에 공분을 사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그 관심이 우호적일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전략 없는 싸움…정부 상대 '백전백패'


제약협회가 정부를 상대로 '헛발질'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약가인하 정책에 본격 착수한 2006년 이래, 제약협회는 굵직한 사안마다 소송을 제기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07년 제약협회 주도로 제기된 '보험약가인하처분 취소소송'은 '이유없다'는 행정법원의 각하로 끝났다. 같은 사안을 두고 제기한 헌법소원은 2009년 스스로 취하했다. 취하 이유를 두고 당시 제약협회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는 엉뚱한 이유를 댔다.


2009년 소위 '석면탈크' 파동으로 제약사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도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내 취하했다. 올 해 들어 리베이트-약가연동제,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 등에 대해 법적 소송을 공언했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제약산업에 큰 타격을 준 이 제도들은 현재 정부안대로 시행되고 있다.


제약업계가 정부의 논리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것은 '리베이트'라는 원죄 영향이 크다. 업체 스스로 자정노력이 필수지만, 제약협회는 이를 선도하거나 제어할 기능과 의지가 전무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50억대 거대조직 '친목 사랑방' 못 벗어나


제약협회는 한 해 예산이 5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이익단체다. 매출 규모에 따라 제약사 1곳으로부터 연 1억원 가량의 회비를 걷는다. 1000억원대 하위 업체의 1년 회비도 5000만원에 이른다.


비슷한 규모의 업종 내 협회에 비해 규모와 예산이 큰 편이다. 한국제지공업연합회 한 해 예산은 10억원도 되지 않는다. 제지산업의 1년 매출총액은 20조원으로 제약산업 14조원보다 크다.


제약협회가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협회의 운영이 원로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70, 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어서다.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유사 단체인 의사협회ㆍ병원협회ㆍ약사회 등과 달리 '정부의 대화상대'로서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제약협회에 여론 형성 능력이 전무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정부와 업계가 갈등을 빚을 때마다 '우군'보다 '적군'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협회의 홍보기능이 미미한 탓이 크다. 협회 홍보실이 어설프고 무성의한 언론 대응으로 협회 이미지 추락에 기여하고 있다는 내외부 비판에 직면에 있을 정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새로 출입한 언론사 기자들에게 산업에 대한 기본 설명조차 해주지 못하는 것이 제약협회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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