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반값 약값 산업기반 붕괴"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정부가 오리지널약과 복제약의 가격을 평균 17% 인하하기로 한 것은 건강보험 지출 중 약품비 비중이 29.3%로 지나치게 높아 이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허기간 만료 후에도 약가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는 만큼 거품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관련 규정을 정비한다는 계획인데, 제약업계의 반발이 심해 난항이 예상된다.
◆같은 성분 약값 일괄 '반토막'= 보건복지부가 12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한 보고안건에 따르면 같은 성분의 의약품에는 신약과 복제약 상관없이 동일한 보험 상한가가 매겨진다. 현재 특허가 만료된 경우 신약 가격의 80%, 68%로 책정하던 신약과 복제약의 가격결정 방식을 53.55%로 일괄 인하하기로 했다. 특허 만료 후 1년 동안은 안정적 공급과 복제약의 조속한 등재(등록)를 유도하기 위해 각각 70%, 59.5%로 완화했다. 단 특허의약품과 퇴장방지의약품, 필수의약품 등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방식은 이미 판매중인 약에도 적용되는데, 내년 3월이면 1만4410품목 가운데 60.9%에 해당하는 8776품목이 특허 만료 전 신약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일괄 인하된다. 새 제도 시행으로 약가인하 효과가 상쇄되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도는 1년간 적용을 유예하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토록 했다.
복지부는 이번 방안이 추진되면 국민의 약값 부담이 연간 약 2조1000억원 절감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중 국민 부담액은 6000억원, 건강보험지출은 1조5000억원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현재 건강보험 급여액의 30% 수준인 약품비 비중이 2013년에는 24%대로 낮아져 보험료 인상 요인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연구개발 중심으로 집중 지원= 일괄 약가인하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제약업계를 달래줄 '당근책'도 포함됐다. 오는 2015년까지 혁신형 제약기업의 연구개발(R&D)투자비율을 평균 15%까지 끌어올려 국내 제약산업의 체질을 개선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우선 일정 규모 이상의 신약개발 R&D 투자 실적이 있고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갖춘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생산한 복제약의 경우 최초 1년간 현행과 동일한 수준의 약가 인하(68%)를 하고,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은 물론 금융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 펀드(가칭 콜럼버스 펀드)를 조성해 해외임상시험, 설비시설 투자 등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이전 활성화, 해외 컨설팅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제약업계 강력반발= 제약업계는 이 같은 안이 확정되면 산업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며 법적 대응은 물론 물리적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한 상태다. 한국제약협회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서초구 방배동 제약협회에서 제약사 임직원 100여명이 모여 피켓 시위를 벌인 뒤 복지부를 항의 방문했다. 제약사 임원들이 피켓 시위에 나선 것은 110년의 제약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그만큼 일괄 약가인하가 몰고 올 파장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일괄 약가인하 방안은 제약산업의 기반을 뒤흔들고 의약 주권을 상실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기등재의약품 정비사업이 끝나는 2014년 이후에 약값 수준이나 시장 상황을 보고 추가 방안에 대해 다시 생각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