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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실대학 총장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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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이현청 상명대 전 총장이 19일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섰다. 지난 5일 발표된 재정지원 제한 대학 43곳에 상명대가 포함되자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즉각 사퇴한 그다.


초췌한 모습으로 증인석에 자리한 이 전 총장은 자신이 몸 바쳐 일한 대학과 그 대학을 떠나야 했던 일에 대한 상심이 커보였다. 첫 마디부터가 그랬다. "항간에 무능총장, 부실총장으로 찍힌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미 물러난 총장이 대학을 위해 직접 국감장까지 나와 항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는 먼저 자신의 총장 임기 4년 반 동안 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언급했다. 이 전 총장은 "임기동안 교수 122명을 충원하고, 연구비 수주 실적도 4배가량 향상시켰으며 각종 구조개혁을 통해 전반적인 평가 지표를 많이 개선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과부 지표와 사명대의 장기적인 발전 방향이 잘 맞지 않는 듯 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상처받은 총장님의 항변은 이어졌다. 이번엔 '상명대가 과연 부실대학인가'라는 역질문을 던졌다. 이 전 총장은 "상명대는 사범대학과 문화예술 학과가 52%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취업이 잘 안 되는 학과여서 취업률 지표에서 불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상명대의 특수성을 인정하면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부실대학이라고 몰아붙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마지막엔 교과부를 향한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정책 판단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은 시의적절하지만 그 과정은 교육적인 판단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그것이다. 교육문제를 다루면서 교육적인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평가지표와 절차, 그리고 예고에 이르기까지 대학구조 개혁의 문제도 교육적인 판단아래 다뤄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언급했다.


그는 주어진 3분을 넘기면서까지 발언을 쏟아냈지만 그뿐이었다. 이어진 질문도 전혀 없었고, 국감장 표정은 썰렁하기만 했다. 마치 찻잔속의 태풍처럼 중얼거리다 물러나는 이 전 총장의 축 처진 어깨와 뒷모습을 보면서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대학 구성원들을 앞으로 우리사회가 어떻게 끌어안아야 할 지 큰 숙제를 떠안은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해졌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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