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돈을 들여 조성한 영화·드라마 세트장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특히 일부 세트장은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아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태원(한나라당) 의원이 한국컨텐츠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영화·드라마 세트장에 투자한 지자체는 총 26곳으로 조성된 영화·드라마 세트장만 전국 32개에 달한다.
지자체 26곳이 세트장 설립에 투입한 예산은 총 5107억4400만원으로 이중 국비·도비·시군비는 1394억3200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들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28.6%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혈세를 축내고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수익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등 ‘묻지마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자체가 20억원 이상 지원한 주요 영화·드라마 세트장을 살펴보면 ▲전남 나주 ‘삼한지 테마파크(290억)’ ▲충남 태안 ‘태왕사신기’ 세트장(20억) ▲전북 전주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야외세트장(43억5000만원) ▲경남 김해 ‘김수로’ 세트장(198억) ▲전남 순천 ‘사랑과 야망’ 세트장(63억) ▲전남 완도 ‘해신’ 세트장(50억) 등이다.
이 가운데 충북 제천시는 태조 왕건, 장길산, 대망 등 세트장 건립을 위해 12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건립 초기 연간 30만명 이상이 다녀가 4000여만원의 주차료 수익을 올린게 전부다. 게다가 제천시는 매년 세트장 보수비로 4000여만원을 쓰고 있다.
김 의원은 “이처럼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들이 무리하게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 건립을 지원하고 있다”며 “향후 세트장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사업진척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사업철회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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