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 삼영이엔씨 대표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한 중소기업 대표가 직접 자사 제품 광고에 출연해 한 이 말은 최근 몇년새 가장 히트를 친 CF 대사다. 인기 연예인들조차 이를 패러디할 정도였고, 광고에 출연한 회사 대표는 일약 스타가 됐다.
선박통신장비 분야의 강소기업 삼영이엔씨를 이끄는 황원 대표(사진)는 이 CF를 볼때 그냥 웃어넘길 수가 없다. 3년전 야심차게 진출한 해외 레저보트용 시장에서 겪었던 답답함 때문에 광고 문구가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삼영이엔씨는 30여년전 불모지나 다름없던 선박통신장비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후 꾸준히 기술력을 축적해 1990년대 말부터 해외에 진출, 지금은 매출의 50% 이상을 유럽, 일본 등 기술 종주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올리고 있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3년전, 프랑스, 일본, 호주의 레저보트 장비시장에 진출하면서 벽에 부딪혔다. 그간 중국, 러시아, 중동시장에 자체 브랜드로 진출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자부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고가의 레저보트 시장에선 한국의 중소기업은 생소한 신참자에 불과했다.
콧대 높은 선진국 레저보트 시장 진입을 위해 ODM(제품의 디자인부터 개발, 생산 등 전과정을 제조사가 맡는 방식. 상품에는 주문자의 상표가 붙지만 제조는 물론 연구개발.설계.디자인은 모두 제조사가 맡는다) 방식을 택해야 했다.
황 대표는 "레저보트 장비시장은 현지 유통망과 제품 컨셉트가 전혀 다른데다 현지 정보부족으로 유통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ODM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품질경쟁력이 검증됐더라도 인지도에서 딸리는 상황에서 자체브랜드만을 고집할 수 없었다는 것.
물론 정부가 팔짱만 끼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해외 전시회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글로벌화에 대한 지원정책이 있다. 하지만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아직 부족하다는 게 황 대표의 생각이다.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기회가 해외전시회인데 이는 참가 비용이 많이 든다. 정부의 지원이 있다지만 기업당 지원액을 보면 턱없이 부족하다. 해당기업에 맞는 맞춤형 지원정책도 아쉽다.
황 대표는 "해외현지 정보 부족과 유통망 및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글로벌 한상 네트워크 정보와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대형 조선업체들의 노하우를 조선기자재업체에 전수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정부차원에서 마련한다면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더욱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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