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은 기자]서울 개포지구는 강남 재건축 단지서도 손꼽히는 대규모 저밀도 지구다. 저층 대단지니 재건축 수익성의 기대가 높은 곳 가운데 하나다. 최근 개포주공 1~4단지(시영 포함)에서 재건축안에 대한 주민공람이 실시되는 등 재건축 밑그림이 그려지면서 이곳은 향후 서울 최대 명품주거지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은 것 같다. 이곳 단지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재건축 방식 등을 둘러싼 갈등이 거세다. '한지붕 두가족' 부분임대 도입도 조합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1단지는 조합장이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개포지구 아파트를 사들이려던 투자자들도 헷갈린다. 도대체 개포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
7월 들어서 개포지구 재건축 분위기는 상승세를 탔다. 7월말부터 8월까지 개포주공 2~4단지가 최고 35층, 6258 가구로 바뀌는 재건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시작된데 이어 개포시영도 2148가구로 바뀌는 세부개발 계획안이 공람절차에 들어갔다. 6327가구로 새로 지어지는 개포주공 1단지까지 지난주 주민대상 공람에 들어가면서 개포지구는 강남 '미니신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에따라 주춤했던 매매계약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도 했다. 서울부동산광장 실거래 집계에 따르면 개포주공 1단지의 경우 7월에만 총 24건의 매매계약이 성사됐다. 2분기(4~6월) 총 거래건수 31건의 3분의 2 이상이다.
하지만 뛸 뜻했던 개포지구 재건축 시장은 다시 8월들어 제자리걸음을 하는 모양새다. 개포주공 1단지 인근 중개업소는 "잇따른 공람발표에 추격 매수세가 기대됐지만 미국 증시 하락, 8·18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 감소 등이 겹쳐 다시 관망세다"며 "주공1단지 42㎡가 7억2000만~7억3000만원대로 한달새 올랐던 2000만~3000만원이 원점으로 되돌아 왔다"고 전했다.
특히 부분임대가 재건축 추진에 변수로 등장했다. 서울시는 올 초 개포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통과시킬 때 권장사항으로 부분임대를 일부 포함하도록 했다. 하지만 주민공람이 시작된 현재 주민들 사이에서는 부분임대로 갈등을 빚고 있다. 임대수입을 이유로 찬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값 하락 우려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개포주공 한 조합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 때만 해도 부분임대에 대해 잘 몰랐던 주민이 많았다"며 "공사비 상승, 단지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항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개포주공 1단지 조합장이 송사에 휘말린 것도 암초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최근 1단지 박모 조합장에 대해 조합장 직무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변호사 최초로 조합장에 선출되며 관심을 모았지만 거주기간을 충족하지 못한 이유로 업무중단에 이르게 된 것이다.
호재와 악재가 겹치면서 개포지구 아파트를 사들이려는 투자자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사업단계가 초기일 때 사둬야 한다고 보면서도 부분임대 도입이나 단지 중앙도로 개설 등 아직 해결할 문제가 많다고 느낀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특히 아파트 매입으로 예전처럼 투자성이 있는지도 확신을 못해서 관망세를 유지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재건축 밑그림이 나오고 저밀도 단지로 수익성이 기대돼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는 평가다. 나기숙 부동산1번지 팀장은 "주공 1~4단지의 재건축 안에 대한 공람이 진행돼 재건축 사업이 상당히 가시화됐다"며 "저층 대단지로 수익성이 기대돼 급매물로 나오는 저렴한 물건을 위주로 투자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선은 기자 dmsdlu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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