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인 태국이 쌀값 폭등을 예고하자 세계 쌀값을 위험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태국의 최초 여성 총리인 잉락 친나왓 총리가 지난 24일 지지층인 농민소득 증대를 위해 11월 추수기에 도정하지 않은 쌀을 시장가격(1t당 9900바트)보다 높은 1만5000바트(미화 약 502달러)에 사들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시장 시세보다 50% 이상 더해진 파격적인 수준이다.
이로 인해 태국 100% B등급 정곡 수출 가격이 t당 615달러에서 830달러까지 올라지난 5월 이후 16% 올라 18개월째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태국 키티랏 나 라농 상무부 장관은 이날 "이는 벼농사가 수확되는 11월에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쌀 수출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태국의 이런 발표에 무역업자들은 태국이 '세계 쌀 시장 최대 수출국'이라는 자리를 내주고 결국 쌀값 폭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FT는 전했다.
베트남 쌀값 역시 t당 570달러를 기록해 3년 째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 정부는 지난주 현지 쌀 시장의 투기 증세를 가라앉히기 위해 쌀값이 계속 오를 경우 100만t의 전략 비축미를 시장에 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쌀값은 2008년 t당 1080달러 정점을 기록한 뒤 계속 하향 곡선을 그려왔지만 최근 다시 급상승 추세로 돌아서자 식량안전보장 애널리스트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쌀값 상승 압박은 이 외에도 이상 기후 탓에 미국 쌀 수확량이 감소하고, 일본의 원전사태로 쌀 수확량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 같은 쌀값 변동은 정책 안정과 관계가 깊다. 쌀은 주로 개발도상국 30억 이상 인구의 주식으로, 2008년 쌀값이 최고치에 달하자 세네갈, 아이티, 카메룬에서는 높은 식료품 물가에 반발하는 폭동이 일어났다.
지난 7월 세계은행이 집계하는 식료품가격 지수가 33% 급등하자 경계경보가 발령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폭동 위험과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세계은행 로버트 졸릭 총재는 지난주 "지속적인 식료품 가격 상승과 비축분 감소 추세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여전히 위험 지대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쌀 보급 부족 현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싱가포르 주재 스탠다드차타드의 농산품 애널리스트 아바 오폰은 3분기 쌀값은 t당 5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근본적인 가격 하락의 압력이 있기 전까지 이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태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쌀값 인상 전략을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다수의 애널리스들은 태국 정부가 결국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비축미를 시장에 팔기 시작할 것이며 이는 경제적·정치적으로 큰 희생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태국 쌀수출협회 명예회장인 추키아트 오파스워그세 역시 "태국 쌀 시장이 첫 해에는 풍부한 비축미 덕분에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의 위치를 지키겠지만 다음 해부터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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